최근 경북 안동시 광흥사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고서 중에 월인석보 한글언해본 초간본 등이 다량 발견됨에 따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원래 주인이라는 광흥사측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광흥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민형사소송 과정에서 핵심 증인의 진술 번복과 함께 사찰에서 조정에서 만든 훈민정음을 소유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수석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안동시 서후면 광흥사 명부전 불상 속에서 발견된 고서와 고문서 200여점 중 한글로 된 월인석보 언해본과 영가선종집 등에 상당수 확인됐다.
임란 이후 사라진 아래아와 여린 히읗, 반치음 등이 선명하게 나타나 훈민정음 반포 직후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월인석보 한글언해본 권7, 권8, 권21 등은 동국대가 소장중인 것보다 100년 이상 앞선 세조 5년(1459년)에 인쇄된 초간본으로 밝혀졌다.
또 여러 정황상 광흥사는 한글보급의 중심지였고, 이 때문에 훈민정음해례본의 원래 소유주라는 광흥사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흥사 측은 도굴꾼 서모씨가 1999년 광흥사 나한상 속에서 훈민정음을 훔쳐 골동품상에게 넘겼고, 이것을 배익기씨가 2008년 훔쳐간 것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동대 한경희 교수는 "광흥사는 당시의 인쇄문화를 주도하던 사찰로, 일제 강점기의 신문기사를 보면 세종이 한글 보급을 위해 불경언해를 광흥사에서 간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광흥사는 월인석보 판목을 보관하다가 화재로 220매를 잃어버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광흥사가 훈민정음을 불상 속에 넣은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광흥사가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단정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법적소유권자인 골동품상 조용훈(67)씨는 실물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지병으로 숨졌다. 게다가 조씨로부터 훈민정음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배익기(50)씨는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에도 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로 법적소유권자가 결정된 마당에 소유권 소재를 가리는 재심이 열리기도 어렵고, 설사 그렇더라도 한쪽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관계 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노직 위원은 "이번에 발견된 월인석보와 선종영가집의 판본 시기 등을 고려하면 광흥사가 창제 초기 한글보급의 전초기지였고, 이런 점에서 광흥사가 훈민정음을 소유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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