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의 부실과 계열사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 판매로 휘청거리고 있는 동양증권이 매각을 통한 독자 생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연내에 인수합병(M&A)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만 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이날 서울 을지로의 동양증권 본사를 방문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실사는 현지 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유안타증권이 가장 적극적이어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과 함께 대만의 보험그룹 푸본과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인 CIMB, 국내의 새마을금고 등도 인수 의사를 전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유안타증권이다. 동양증권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서명석 사장은 부사장 시절이던 지난달 말 대만을 직접 방문해 유안타증권의 인수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9년 전에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 막판에 포기한 적이 있는 만큼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실사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증권은 피해자 구제와 회사의 안정화를 위해선 조기 매각만이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각이 빨리 이뤄지는 게 금융당국과 법정관리 상태인 대주주에게도 최선의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기업 동양인터내서널과 동양레저가 법원의 회생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매각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회생인가 거부로 두 회사의 파산절차가 진행되면 매각 공고 등의 공식적인 절차 없이 동양증권 지분 매각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내에 매각 대상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동양증권 주식을 각각 19.01%, 14.76% 보유하고 있다.
동양증권의 매각가는 2,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지분율 35%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최소 2,500억원이 넘어야 하지만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송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의 해외 매각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는 변수로 남아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기업의 회생을 위한 법원의 조사가 진행중인 단계라 해외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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