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 내 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공사장 근로자 허모(60), 장모(48)씨 등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불은 지상 20층, 지하 4층 건물의 지하 2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발화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자들은 화재 당시 이 건물 지상 2층에 있는 안전교육장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옮겨 붙은 불을 피하지 못하고 질식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에 있던 270여명은 급히 건물을 빠져 나와 화를 면했다.
지하 3층에서 작업을 하다 탈출한 한 근로자는 "빨리 나오라는 외침이 들렸지만 연기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지하 1층에서 잠시 쉬고 있었던 다른 근로자 이모(58)씨 역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쪽으로 뛰어갔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아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소방당국은 불이 시작된 지하 2층을 비롯해 공사장 곳곳에 스티로폼 등 불에 잘 타는 건설자재들이 많아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장에는 소화기만 비치됐을 뿐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구획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신축 공사현장이다 보니 불을 막을 시설 없이 사방이 다 뚫려 있어 불길과 연기가 순식간에 위로 솟구친 것 같다"며 "당시 바람이 많이 분 것도 불길을 더 빨리 번지게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 사망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현재 소방당국 등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은 업무 숙박 판매 문화시설 등 복합용도로 지난해 2월 착공해 내년 7월 완공 예정이었다. 시공은 코오롱글로벌, 감리는 희림컨소시엄이 맡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