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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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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위키드'

입력
2013.11.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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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어팀 내한공연 3개월 만에 관객 20만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 뮤지컬 흥행의 역사를 새로 썼던 '위키드'가 한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라이선스 버전으로 돌아왔다.

22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시작된 '위키드'는 2시간 40여분의 공연 시간 동안 54번이나 바뀌는 현란한 무대 장치, 제작비 40억원에 달하는 35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 등 뼈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10월 브로드웨이 데뷔 10년을 맞은 위키드는 아직 '젊은'뮤지컬이다. 때문에 원작자와 오리지널 제작진이 라이선스 공연에 요구하는 기준은 협력업자들이 주로 나서는 '나이 먹은'뮤지컬들보다 까다롭기 그지없다. 해외 공연팀과 우리 제작진이 올린 무대가 배우들과 번역된 대사를 제외하곤 거의 쌍둥이처럼 닮아 보이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그래도 지난 투어팀 공연과 다른 점을 몇 개 잡아냈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극장 내부 디자인이다. 신동원 '위키드'프로듀서는 "지난해 공연은 아시아 투어로 한 것이라 극장에 딱 맞게 세밀한 세팅을 할 수 없었다"며 "이번에는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오래 머물면서 장기 공연에 대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위키드'는 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공연이다. 무대와 극장 내부 디자인을 전용 극장에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처럼 '붙박이'에 가깝게 꾸밀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작진은 투어 공연 때와 달리 객석 좌우 벽으로 무대 장식을 크게 연장해서 꾸몄다. 무대 위에 매달린 드래곤의 날개도 천장을 다 덮을 정도로 넓고 길게 만들었다. 무대 하부를 사용해 배우들이 '땅에서 솟아나는'연출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구현한 것도 차이점이다.

'위키드'는 1막 마지막 엘파바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마법을 쓰는 장면에서 부르는 '중력에 맞서다'를 비롯해 많은 노래가 엄청난 고음과 음량을 앞세운다. 배우들 간 대화를 살리면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얹어가는 브로드웨이 트렌드에 비해 사운드의 폭발력이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귀가 터질 듯한 음량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데 익숙한 한국 관객들 사이에선 지난해 투어 공연에 대해 "어쩐지 부족하다"는 반응이 적잖이 나왔다. 심지어 "음향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말이 트위터에 오갔을 정도다. 신 프로듀서는 "투어나 라이선스 공연 모두 오리지널팀의 음향 디자이너가 동일한 수준의 음량과 음질을 구현해내는 데 총력을 다하기 때문에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최종 세팅 과정에서 한국 관객의 취향을 좀 더 반영하자는 말이 받아들여져 투어 공연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한했던 투어팀은 주로 호주에서 공연하던 배우들이지만 실력이나 인기가 브로드웨이 배우들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오즈의 마법사'를 배경으로 하면서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탄탄한 극본 덕분에 브로드웨이 입성 이래 줄곧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위키드'의 연출진은 세계 어느 무대에 서는 배우라도 일정한 수준의 연기를 소화할 것을 요구한다. 때문에 한국 배우들도 투어팀과 다르지 않은 연기력을 펼치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글린다 역의 김보경이다. 욕심 많고 질투심 넘치는 배역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전해야 하는 글린다는 시종일관 악에 맞서는 엘파바보다 부담이 적다고 하기 어렵다. 부르는 노래들은 엘파바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자칫 캐릭터를 놓치기 쉬워서다. '미스 사이공' 등의 작품에서 주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보경은 "평소 입고 싶던 옷을 입은 기분"이라 말하며 새침하고 톡톡 튀는 글린다를 제대로 그려냈다. 제작진도 "원작 캐릭터에 가장 근접한 연기를 하고 있다"며 김보경의 위트 있는 변신을 높게 평가한다. 극장 문을 나선 관객들도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엘파바 역의 옥주현보다 김보경의 '재발견'에 대해 더 많이 입소문을 내는 듯 보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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