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과 함께 바로 다음날엔 시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이 내년 1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이란과 시리아 문제 모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랜 기간 중점을 두고 지속해온 협상이지만 당초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없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두 문제에 대한 잇단 발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군사력에서 외교로 전환했음을 알린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외교가 다시 미국 대외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외교가 중심이 되는 정책을 공약한 바 있다. 오바마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는 외교정책을 시험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예로 들면서 "거친 대화와 호통이 정치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옳은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군사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꾸준한 대화와 협상, 중재 등의 외교정책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11년부터 이란과의 비밀 물밑협상을 추진해 왔고, 이를 토대로 올 3월부터 양국의 본격협상이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 9월 군사개입 직전까지 갔다 러시아 등과의 중재를 거쳐 현재 화학무기 폐기 절차를 밟고 있는 시리아 문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벤자민 로즈 백악관 부국가안보보좌관은 "2009년 우리는 2개의 전쟁에 18만명의 군대를 투입했다"면서 "하지만 이젠 군사력에서 외교로 대외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쉼 없이 전세계를 돌고 있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란과 시리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각국을 돌며 문제해결에 적극 나섰다.
오바마의 이런 외교정책은 전쟁 피로감에 젖은 국민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지만, 종종 결론도 나지 않고 질질 끌기만 해 결국 너저분해지고 말 것이란 무용론을 견뎌내야만 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종종 협상의 주도권을 다른 국가나 지도자에게 의존하거나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경우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경제제재 완화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던 차였다. 시리아 문제 역시 백악관이 군사개입 대신 만지작거리고 있던 화학무기 폐쇄라는 히든카드를 러시아가 먼저 제안하는 바람에 미국 입장에선 상당히 김이 빠지며 끌려 다닌 듯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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