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두산은 올 가을야구에서 기적을 썼다. 정규시즌 4위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숱한 명장면과 감동을 연출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 끝난 지난 1일. 팬들은 경기 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위로, 격려의 의미도 있었지만 올 가을야구의 진정한 승자라는 축하의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불과 2~3주가 지난 지금. 팬들의 반응이 차갑게 식었다. 따뜻했던 감동의 온기는 사라지고 한파가 찾아왔다.
싸늘했던 스토브리그의 출발은 자유계약선수(FA) 문제였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 FA 자격을 얻은 3명의 선수를 모두 잡지 못했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NC로, 최준석은 친정팀인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2차 드래프트 결과도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상현이 KIA로, 이혜천이 NC로, 임재철은 LG로 떠났다. 아울러 오른손 투수 서동환은 삼성에, 왼손 정혁진은 LG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2차 드래프트에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두산 선수들은 역시나 인기가 좋았다.
김선우(36) 방출 사태는 성난 팬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두산은 25일 오전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보류선수 명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하기 앞서 김선우를 만났다. 코치 연수 등을 제의하면서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질 수 있음을 넌지시 밝혔다. 하지만 김선우는 곧바로 구단의 제안을 거부했고, 소식을 접한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26일 발표된 넥센과의 1대1 트레이드도 환영 받지 못했다. 두산은 내야수 윤석민을 내주는 대신 발 빠른 외야수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을 영입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운 윈-윈 트레이드였다. 그러나 꽤 많은 두산 팬들은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후폭풍이 거세다.
그렇다면 현재 두산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어떨까.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반응과 구단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의견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자는 “베테랑 없이 리빌딩은 성공할 수 없다”는 논지다. 지방 한 구단 선수는 “나이 많은 선수들이 2차 드래프트 대상이 되고, 보류선수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것은 라커룸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팀이 잘 돌아갈 리 없다”고 했다. 유망주를 보호하고 세대 교체를 단행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매몰차다는 것이다. 이 선수는 “고참 없이는 리빌딩도 없다. 어린 선수가 야구를 가장 많이 배우는 대상은 코치, 감독이 아닌 바로 선배”라고 했다.
반면 팀 전체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결정이 꽤 합리적이란 의미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당초 두산이 FA 3인방에 제시한 금액과 다른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선수들은 돈 보다는 확실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며 “1대1 트레이드도 냉정히 보면 두산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장민석, 윤석민 모두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이 보인 행보가 모기업의 재정 사태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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