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방사선을 쬔 식품이 더 많아지겠네요. 결국 기업한테 좋은 일 하는 거네요."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새로운 방사선 조사 식품의 표시 기준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 기준'고시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힌 후 나온 시민 반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방사선을 쬔 식품의 명칭이 현행 '방사선 조사식품'에서 '감마선 처리식품' 혹은 '전자선 처리식품'으로 바뀌어 식품 포장에 찍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방사선이라고 표시하는 것보다는 구체적 선종을 밝히는 것이 더 정확한 정보 제공일 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방사선 조사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업계의 주장대로 '방사선 조사식품'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기우일 수 있다. 방사선 조사는 감자나 양파에 싹이 나지 않도록,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을 살균하기 위해, 밤이나 버섯 살충 목적으로 20여개 품목에 이뤄진다. 그렇다고 방사능 물질이 남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식중독 방지를 위해 학교 급식용 햄버거 육류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고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 공간에서 먹었던 김치와 라면도 방사선 처리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확산된 방사능 공포를 '방사선을 방사선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도 가로막는다. 감마선과 전자선이 방사선인지 아는 국민이 도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개정안이 '업체 봐주기'가 아니라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방사선 조사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순서다. 방사선은 어느 수준으로 쪼이는지, 왜 유해하지 않은지, 실제 관리감독은 어떤지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 최근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괴담을 부른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이번 개정안을 '일본 수산물 방사능 논란 덮기'와 연관 짓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국민의 궁금증과 불안과 의심을 해소하지 않고 회피해선 불신만 자라날 뿐이다.
정승임 사회부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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