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대치 정국을 해소하겠다며 머리를 맞댔지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특검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빈손으로 헤어졌다. 11일 황 대표가 민주당 당사로 김 대표를 방문한 데 이은 최근 두 번째 회동에서도 정국 돌파구를 찾지 못함에 따라 여야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이 도리어 도마에 올랐다.
이날 회담은 "정국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는 김 대표의 제안을 황 대표가 수용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김 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50여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로 4인 협의체를 구성하되, 그 산하에 이른바 양특(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신설) 및 예산안과 주요 법안 심의 방향,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 3개를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당내 의견을 물어 3,4일 내로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이 전했다. 황 대표는 대신 "여당이 어렵게 특위를 수용한 만큼 전례대로 (정치 쟁점과) 예산안을 분리해 조속히 심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대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을 마친 뒤 양당 대표는 각자 대변인을 불러 회담 내용을 전하고 서둘러 회담장을 떠났다. 회담 결과 발표를 대변인에게 맡긴 두 대표는 성과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날 회담 결렬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황 대표가 전날 특위 가동 후에 특검을 논의하자는 단계적 특검론을 전향적으로 제안하긴 했지만 당내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특검 불가'라는 기존 입장 외에 내놓을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 전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의총에서도 권성동 조원진 의원 등이 나서 "특검은 절대 안 된다"고 황 대표를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황 대표는 의총 이후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곤란해하며 부랴부랴 민주당 측에 회담 연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여야 협의체 제안도 정치적 제스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논의 기구라는 형식만 빌렸을 뿐 양특 수용이라는 내용은 고수해 새누리당 입장에선 '면피용 절충안'으로 받아들였다. 종북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일부 천주교 사제의 시국미사로 불거진 수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일단 황 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특검도 안되고 특검을 논의하는 기구도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원내지도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6일 여야 중진의원 10여명이 정국 정상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회동을 갖기로 해 주목된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제안으로 이뤄진 이날 모임에는 이병석 국회부의장, 정병국 의원, 민주당에서는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원혜영 우윤근 의원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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