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구글이 1등을 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그 중심에 네이버가 있다. 공룡벤처니, 사이버 슈퍼갑(甲)이니, 논란도 많지만 어쨌든 네이버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창업자이자 그 신화의 주역인 이해진 이사회의장은 외부공개를 기피하기로 유명하다. '은둔가'란 별명도 붙었다. 그가 2001년 이후 무려 12년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전 세계 가입자 3억명 돌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였다.
라인은 국내에선 카카오톡에 밀리지만, 전 세계 가입자수로는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위챗'(We Chat), 미국의 '왓츠앱'(Whats App)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의장은 간담회 내내 '해외에서 승부'에 대한 집념과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네이버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로 나가서 승부해 보겠다는 꿈이 있어 일본에 진출했지만 5~6년 간 실패를 거듭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에 술도 많이 마시고 직원들과 고민도 많이 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라인의 성공이 찾아왔다. 지금은 라인의 성공이 정말 가슴 벅차고,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라인의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일본에 라인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이 의장이 회장 직을 맡아 해외사업을 진두지휘 했다. 덕분에 지난 3분기 라인은 깜짝 실적을 보여줬다. 네이버 실적 중 라인 매출은 1,758억원으로 2분기보다 50%, 전년 동기보다는 무려 1,470%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최근 기업의 모든 역량을 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의장이 12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선 것도, 라인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의장은 그러나 아직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위챗을 서비스하고 있는 텐센트는 올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2,000억 원을 썼고, 내년에는 3,000억~4,000억 원을 마케팅에 쏟아 붓겠다고 예고하고 있다"며 "옛날엔 (국내에 진출한) 미국회사가 무서웠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회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서 남미, 유럽 등은 처음 겪어보는 곳이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한국 기업으로서 좋은 기회를 잘 살려낼 수 있을지 솔직히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했다.
당국의 규제정책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네이버가 처음부터 1등인 줄 알지만 원래는 야후코리아가 1등이었고 정부가 도와준 것 하나 없이 네이버와 다음이 열심히 싸워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라며 "최소한 정부의 역차별은 없어야 하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운영체계)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정부가 공정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향후 해외사업 집중계획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싶고 가능하면 새로운 시대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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