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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1월 26일] 숭례문 단청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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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1월 26일] 숭례문 단청의 빛

입력
2013.11.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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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금불사(改金佛事), 단청불사(丹靑佛事)라는 말이 있다. 금빛으로 칠한 불상도 시간이 흐르면 바래지고, 울긋불긋 단청도 세월 앞에 옷을 벗는다. 그래서 부처님 몸에 걸친 금빛 옷을 새로 입히는 개금불사를 하고, 청정, 밝고 맑은 마음으로 정성스레 빛을 넣는 사찰의 단청불사를 한다.

사실 외부환경에 노출된 목조건축물은 비, 바람, 햇빛에 닦이고 쓸리며 색이 바라고 손상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그래서 일정 세월이 흐르면 새로이 보수를 한다. 단청의 박리현상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다.

하지만 숭례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는 다르게, 청정한 환경이 아니라 차량배기 가스를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단청의 박리현상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환경의 문제,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숭례문 단청 부실공사의 기술 및 행정 문제 등, 제반 문제들이 우리 눈앞에 산재해 있다.

그러면 단청 보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의 박락상태를 봐서는 새로이 단청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다. 다시 공들여 단청을 해야 하는 날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 전통에 대한 바른 인식과 장기적인 복구공사의 추진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전통방법으로 숭례문 단청을 계획했던 것은 우리의 잃어버린 혼을 찾는 엄숙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공사의 핵심이 전통기법의 복원이어서 우리의 단절된 채색안료와 기법도 함께 계승될 줄 알았지만 급박한 일정은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연구로만 끝났다.

화학안료에 비해 색이 곱고 은은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천연안료로 사용했다는 단청계획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본래의 천연안료는 천연석채를 비롯하여 천연에서 얻는 것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안료들이지, 지금 숭례문에 사용된 인공 화학적인 수간 분채를 의미한 것이 아니다.

시중의 일본산으로 구입해서 쓰는 수간분채는 햇빛에 약해서 금방 바래지기 때문에 미대 학생들도 실내나 그늘에서 작업을 하지 땡볕에서는 작업하는 것도 꺼려한다. 물감이 마르지 않는다고 더운 드라이기 바람을 가동했다가는 변색되기 일쑤다. 따라서 숭례문 단청은 예견된, 내구성이 취약한 재료를 쓴 셈이다.

다시 원점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숭례문 단청 복구를 위해서는 먼저 전통단청표준색표집이 중요하다. 표준을 잘 정해놓아야만 색재현의 제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남아있는 단청 유물을 보고 유추해서 색을 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확한 기준이 되는 시기별 종목별 전통단청표준색표집과 색채견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전통안료개발이다. 현재 국내의 천연석채 개발은 단절된 지 오래되어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부 석채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유통이 가능할 만큼의 물량도 아니고 색상도 제한적이다. 광물에서 얻어지는 만큼 채도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지만, 발색이 뛰어난 고급 채색재료이다.

광물에서 얻는 천연석채 이외의 채색물감도 준비해야 한다. 전통재료로써 복원이 가능하게 한 이후에, 혹시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한계를 인정하고 일부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구성 실험 등을 통해 취약한 부분들이 있다면 대체 물감사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감제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의 채색재료 즉 컬러에 대한 개발은 엄청난 산업이고 이에 따른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마감제에는 자외선 차단제가 투입되기도 하며, 공해 물질로부터 오염도를 줄이는 효과적인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적인 방법들을 연구 활용하여, 보다 내구성이 좋은 단청이 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반드시 전통단청표준색표집에 따른 전통색 재현 범위에서의 일이다.

아직까지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과정에서 협력적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현대 문명 속에 숭례문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숭례문 단청을 통해 전통색의 인식을 넓히고 전통채색재료의 복원과 기법의 계승, 발달된 현대과학과 전통의 융합으로 오늘에 살아있는 숭례문의 빛을 보길 바란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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