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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사람들과 문화의 큰 흐름 만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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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사람들과 문화의 큰 흐름 만들래요"

입력
2013.11.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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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의 프로듀서가 선택한 한국 밴드'라는 수식어는 글렌체크를 포장하기 가장 좋은 표현일 것이다. 데뷔한 지 갓 2년 밖에 안 된 신인이지만 그들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데뷔 첫 해부터 음악 축제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은 이들의 정규 1집 '오트 쿠튀르'는 올 초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가한 유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글렌체크의 공연에서 큰 에너지를 느꼈다. 상업적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밴드"라고 말했다. 릴리화이트는 미국 악기 제조사 펜더의 후원으로 글렌체크의 음악 한 곡을 프로듀스할 예정이다. 22일 만난 글렌체크의 강혁준(22)은 "아직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어떤 곡으로 어떻게 작업할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21일 발매된 글렌체크의 정규 2집 '유스!(Youth!)'는 두 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앨범이다. 한 장엔 실제 악기를 써서 녹음한 곡만을 담았고, 또 다른 음반엔 컴퓨터로 작업한 곡만 수록했다. 총 11곡에 러닝타임은 CD 한 장으로 충분한 40분 남짓이다. 김준원(23)은 "음반의 소장 가치를 올리고 음악을 듣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글렌체크의 음악은 록과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1980년대 신스팝의 경쾌한 전자음과 90년대의 인디 팝을 끌어안는다. 가사는 모두 영어로 쓰였는데 어떤 곡도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가사의 의미보다 발음의 질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김준원)이란다.

한국적인 색채가 옅어 이국적인 음악처럼 들리지만 딱히 영미권 음악이나 유럽 음악과 비슷한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 때 6년간 미국에 머물렀던 강혁준이나 일본 프랑스 미국으로 옮겨 다니며 9년간 외국 생활을 했던 김준원의 공통점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그보다 아버지가 듣던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국제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남자는 '옛날 음악을 좋아하지만 현대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강혁준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고, 김준원은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다 그만뒀다.

밴드를 시작한 뒤론 음악만 하는 게 재미가 없어서 관심사를 넓히고 있다. 그래픽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파티 기획자 등이 모인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라는 팀과 앨범 발매부터 파티, 공연을 함께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래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우리 목표는 아닙니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끼리 문화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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