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마지막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파행이 빚어졌다.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우편향 논란과 관련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무성의한 답변에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으로 반발했고 오전 질문이 그대로 정회되고 말았다. 오후에 재개된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장으로부터 답변태도를 지적받은 정 총리가 사과를 한 끝에 회의는 정상화할 수 있었다.
정 총리는 이날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일제 강점기 '쌀 수탈'을 '쌀 수출'로 적은 데 대해서도 "부적절한 용어는 향후 교육부가 검토할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거듭했다. 정 총리는 이어 "검토할 시간을 줘야지 즉석에서 질문을 하면 어떻게 답을 하나. 사전에 원고를 주지 않아 비교검토를 하지 못했다"며 사전 질문지를 주지 않은 데 대해 항변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답변에 성의가 없다" "일본이 뽑은 총리 아니냐" "교과서 문제는 3월부터 지속됐는데, 왜 답을 못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사회를 맡은 이병석 국회부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했으나 이 부의장은 "이런 일로 정회를 하면 안된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11시10분 전원 본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때문에 이어진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질문할 때는 새누리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반쪽 회의'가 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이 "여야 협의를 하라"로 거듭 촉구했지만 민주당이 끝내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대정부질문은 평소보다 한 시간 가량 이르게 조기 정회됐다.
민주당은 정회 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정 총리 발언에 대한 강 의장의 '공개 경고'와 정 총리의 사과를 요구를 조건으로 내세웠고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오후 회의가 재개될 수 있었다. 오후 회의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은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답변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의원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고 정 총리는 "충실한 답변을 못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 총리는 특히 사과 입장을 발표한 뒤로 "일제가 한반도를 침략한 것인가, 진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침략한 것"이라고 답변했고 "명성황후 시해가 만행이냐 아니냐"는 물음에도 "만행이다"라고 답하는 등 오전과 확 달라진 답변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총리를 '무의식 총리'로 비난했으며, 정 총리가 오전 질의응답 과정에서 '질의 요지를 주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한데 대해 "정말 어이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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