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25일 전국을 강타하면서 선박이 좌초ㆍ침몰하고, 여객선과 항공편이 결항하는 등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울산에선 선박 3척이 암초에 걸려 좌초, 선원 46명에 대한 심야 구출 작전이 긴박하게 펼쳐졌고, 창원에선 건조중이던 해군 고속함이 침몰했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7분쯤 울산 동구 슬도 앞 해상 2.5㎞ 지점에서 중국 선적 4,675톤급 벌크선 '항조우2호'(승선원 17명)가 안전지대로 대피하던 중 강풍과 파도에 연안까지 밀려와 암초에 걸렸다. 이어 오전 2시30분쯤엔 파나마 선적 7,675톤급 석유제품운반선 'CS 크레인호'(승선원 18명)가, 3시55분쯤엔 우리나라 석유제품운반선인 2,302톤급 '범진5호'(승선원 11명)가 잇따라 바람과 파도에 밀려 연안 0.5마일 지점에서 각각 좌초됐다.
울산해경은 경비함정 6척과 특수구조단, 특공대를 동원해 좌초한 선박 3척 가운데 암초에 불안전하게 걸린 범진5호에 대한 구조를 먼저 시작, 배 난간에 밧줄을 걸어 선원 11명 모두를 구조했다. 나머지 2척은 배가 해안가에 안전한 상태로 놓여 전복 우려가 없다고 보고 선원들을 승선시킨 상태에서 배를 옮기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오전 3시쯤엔 경남 창원시 진해구 A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해군 고속함(450톤) 1척이 침몰했다. 조선소 측에 따르면 강풍과 높은 파도로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선체 뒷부분부터 서서히 내려 앉기 시작, 5분의 4 정도가 바다에 잠긴 상태다. 작업자들은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선박에는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관계자는 "사고 선박은 공정률 60%로 아직 건조 중인 상태였는데 틈 사이로 바닷물이 스며든 것 같다"며 "인양 후에도 건조가 가능할지 혹은 폐기할지 여부는 정밀 조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선 이날 0시42분쯤 동구 제5부두에서 화물선 S호(4,000톤급)를 접안하기 위해 밧줄을 묶던 인부 전모(67)씨가 강풍에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졌다. 전씨는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뒀다.
항공기와 여객선 결항도 잇따라 제주행 항공기 등 14편이 취소됐고, 인천과 백령도, 연평도 등 섬을 오가는 13개 전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이날 전국적인 강풍의 원인은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과정에서 차가운 고기압과 따뜻한 저기압이 충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26일에도 해안과 해상에서 강풍이 불어 동해 전 해상의 바다 물결이 1.5~6.0m로 매우 높게 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밖의 해상에서도 오전 바다 물결이 1.0~4.0m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