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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파문] "사회정의 위해 목소리 내야"… "군산 시국미사는 지나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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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파문] "사회정의 위해 목소리 내야"… "군산 시국미사는 지나친 발언"

입력
2013.11.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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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이 속(俗)의 문제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으로 종교의 정치 개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톨릭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가 24일 명동성당 미사 강론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해 '사제의 정치 개입 금지'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992년에 채택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442항은 '정치 구조나 사회 생활의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사제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는 동료 시민과 더불어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평신도의 소명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발표했던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도 '정당이나 노동조합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해도, 교회 친교에 분열을 일으킬 심각한 위험이 될 수도 있으므로 성직자 신분에 맞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염 대주교는 이를 근거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군산 시국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로 분류되는 염 대주교는 지난해 5월 서울대구교장에 오른 뒤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을 자제해왔다.

사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모두가 침묵할 때 정의구현사제단을 중심으로 가톨릭은 사회의 목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어두웠던 시대에 시국미사 등으로 국민과 신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박 원로신부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불인정발언과 관련, 천주교 내부에서는 '사제의 정치 개입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시각과 할 말을 했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발언이 바티칸 신앙교리성에 가서 법리적으로 따질 정도의 위중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어서 문제삼지 말자는 것이 천주교 내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천주교주교회의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신부님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어떤 주장도 할 수 있다"며 "다만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의 판단도 존중돼야 한다"고 박 원로신부의 발언이 직접적인 정치 개입이 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반면 익명의 한 신부는 "교회가 특히 사제가 사회 정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박 원로신부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옹호했다.

학계도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종교의 정치 참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개입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종교는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정치 참여가 당연하다"며 "하지만 어느 선까지 참여해야 옳은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태도도 문제이지만, 신부들이 대통령 퇴진 등 과도한 발언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1970~80년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이 막힌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사제단의 주장은 일반인이 보기에 과격하고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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