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주변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는 "대화를 통해 지역 평화를 지켜나가자"고 한 반면 일본과 미국에는 "이러쿵저러쿵 불평하지 말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쳐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중한 양국은 우호적 근린 국가로 (한국 측의) 이해와 협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과 소통ㆍ대화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어도는 수면 아래의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이어도에 대한 영토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우호적 협상 정신에 근거한 담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인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친 대변인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안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됐다며 일본이 항의한 것과 관련해 "일본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중국은 이미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의 억지를 기각한 뒤 일본이 잘못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댜오위다오 문제는 완전히 일본의 잘못된 짓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조치가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는 "당신이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지역 긴장과 불안정을 초래한 것이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 대변인은 일본의 반발과 관련해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 엄중 항의했다고 밝혔다.
양위윈(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일본측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중국의 조치는 국가 주권과 영토ㆍ영공의 안전을 지키고 항공 질서를 유지하며 유효한 자위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조치로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부합한다"며 "일본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 대변인은 미국도 겨냥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가 지역 안정을 해치는 조치라고 우려한 것에 대해 "1950년대 이후 미국을 포함해 20여 국가가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면서 "미국은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한쪽 편을 들어도, 부당한 의견을 내도, 일본의 모험을 조장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변인 역시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전날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에게 엄중 항의하며 미국이 즉각 잘못을 고치고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기 전에 한국 정부에 미리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한국은 유관국이기 때문에 중국이 대외 공표에 앞서 우호 측면에서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시각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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