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독일에서 돌아온 의 그림 21점을 모두 공개하는 전시가 2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시작된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대가가 남긴 걸작들을 볼 기회다. 그동안 더러 공개를 했지만, 전부 보여주기는 처음이다.
이 화첩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 대원장이 한국에 왔다가 수집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도원에 있는 것을 1975년 독일 유학 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발견해 세상에 알렸고, 이후 한국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돌아왔다.
화첩은 종이로 표지를 하고 그림은 비단에 그렸다. 한 면의 크기는 세로 38 가로 28.1cm다. 겸재 말년의 원숙한 화풍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금강산 그림 세 점 등 진경산수화를 비롯해 옛 은둔 거사들의 멋스러운 일화를 담은 고사인물화, 산중 누옥의 선비를 그린 산수인물화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겸재의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일별할 수 있다. 수많은 봉우리가 솟은 내금강의 전모를 한눈에 담아낸 '금강내산전도', 폭포를 그린 내금강 '만폭동도'와 외금강 '구룡폭도' 등 금강산 그림 세 점이 특히 압권이다. 이 가운데 '금강내산전도'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의 '금강내산도'와 상당히 흡사하다.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현장 스케치가 기본이지만, 가 보지 않고 그린 것도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성장기를 보낸 함흥의 고향집에 손수 심었다는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도'는 1756년 그곳에 다녀온 문신 박사해의 설명만 듣고 그렸다. 박사해는 이 그림에 대해 "실제로 본 듯 묘사했다"는 평을 문집에 남겼다.
한 권의 책으로 묶은 화첩이라 한 장 한 장 넘겨야 다 볼 수 있지만 관객이 저마다 그렇게 했다가는 유물이 상할 터. 해서 매주 화요일 화첩 그림을 한 면씩 교체해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마련했다. 전시에 맞춰 로 영인복제본도 출간했다. 전시는 새해 2월 2일까지 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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