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3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한국 관할인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중국이 이 구역을 둘러싸고 당장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으나 지속적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일본이 이미 1969년에 이어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집어넣은 사실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한결 복잡해진다. 정작 이어도의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한국만 방공식별구역에서 빠뜨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어도가 군 작전구역과 비행정보구역에 포함돼 작전수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제공권의 중요한 근거여서 안보 측면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일본이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 이후 40여 년간 사실상 '무대책'이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 동안 수 차례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겠다고 일본측에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독도를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넣겠다'는 독도 연계론에 이렇다 할 대응논리를 세우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재고시된 방공식별구역에도 이어도가 빠졌다. 우리 항공기가 이어도 상공을 비행할 때는 일본에 사전 통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져왔다. 우리 영토인 마라도에 가까운 수중 암초인 이어도에는 2003년 해양과학기지가 건설돼 활용돼왔다.
정부는 어제 중국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어도까지 포함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어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어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집어넣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우려해 뒷짐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이어도를 둘러싼 한중간의 이견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상도 재개할 필요가 있다. 한중은 이어도 수역 관할권 조정을 위해 10여 차례 회담했지만, 2008년 이후 협상이 중단됐다.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는 이때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안보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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