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렸던 김보경(24ㆍ카디프시티)이 박지성의 친정 팀을 상대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김보경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경기에서 EPL 데뷔골을 폭발시키며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EPL 홈경기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넣어 무승부를 이끌었다. 강등권을 걱정하던 카디프시티는 이날 무승부로 3승4무5패(승점 13)를 기록, 리그 15위로 올라섰다. 특히 이날 경기는 1975년(0-4 패) 이후 38년 만의 맞대결이라 관심을 모았다.
1-2로 뒤지던 후반 32분 조던 머치와 교체 투입된 김보경은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나고 4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피터 위팅엄이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힘차게 날아올라 헤딩 슛으로 연결, 골 네트를 흔들었다. 경기장을 가든 채운 2만8,016명의 홈 팬들은 열광했고 김보경은 유니폼 상의를 벗은 뒤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는 세리머니를 하며 팀 동료들과 환호했다.
세레소 오사카(일본)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의 카디프시티로 이적한 김보경은 지난 시즌 팀이 승격하면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거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 득점은 그의 EPL 데뷔골이다.
경기 후 현지 언론에서도 김보경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유로스포츠는 팀내 최고 평점인 8점을 주며 "극적인 동점골이 카디프시티를 구했다"고 평가했고 상대였던 맨유는 구단 공식 프로그램을 통해 "박지성의 후계자에게 당했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김보경이 장식했다. FIFA 홈페이지는 "한국의 미드필더 김보경이 경기 종료 직전 드라마틱한 동점골로 팀에 무승부를 가져왔다"고 상세히 다뤘다.
박지성은 2011년 국가대표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김보경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카디프시티에서 등 번호 13번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극적인 골을 터트린 김보경의 모습에서 박지성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모든 걸 잠재웠던 박지성처럼 김보경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아내며 높게 날아올랐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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