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훈 감독의 지도를 받고 1년 만에 풀코스 기록을 3분이나 앞당겼습니다. 이만하면 ‘대박’아닌가요.” 삼성전자 마라토너 김영진(31)의 말이다.
그는 “마라톤이 좋아 한우물만 팠는데 어느덧 30대의 나이다. 사람들은 노장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라토너들은 서른 살부터 청춘이다. 2시간3분대로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도 30대 중반을 넘어서야 만개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실제 31세에 마라톤에 입문해 2008년 35세의 나이로 베를린마라톤을 2시간3분59초만에 주파해 사상 첫 3분대 진입을 알렸다.
김영진은 25일 경부역전마라톤 밀양~대구 대구간 중 가장 험난한 코스인 남성현~남천 9.3㎞를 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초반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피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경기 대표 김영진은 그러나 ‘나 홀로’ 28분대에 골인해 2위를 42초나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난 8월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2시간35분대의 기록으로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풀코스 최고기록 2시간13분49초에 비하면 ‘용서가 안 되는’ 참혹한 꼬리표다. 김영진은 그래서 독하게 마음 먹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9위로 부진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황 감독의 지도로 체력은 물론 후반 레이스 운영에서도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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