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중국계 제주 싼얼병원 복지부 장관 공백 등 문제로 연내에 허가 어려울 듯실수요·파장 등은 논의 않고 산자부·복지부는 이견만외국병원 까다로운 조건 등에 지자체 유치 노력도 물거품"투자 실익도 낮게 평가 특정 질환에 특화한 병원 등 정부가 새 그림 그려야"
국내 외국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1호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 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담은 경제자유구역법(경자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유치는 0건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영리병원의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영리병원은 상법상 법인, 외국인만 세울 수 있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싼얼병원 연내 승인 어려워
24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싼얼병원이 지난 10월 S병원과 양해각서를 체결, 미비했던 응급의료체계는 개선됐지만 줄기세포 불법 시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영리병원 첫 사례인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승인권자인 복지부 장관 공백도 길어져 연내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8월 줄기세포 시술 논란과 응급의료체계 미비로 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을 무기한 보류했다.
투자 주체인 중국 천진화업그룹 대표의 인신구속설이 퍼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표가 사기 등으로 중국 공안이 주시하는 인물이라는 얘기와 인신구속 됐다는 소문이 떠돌아 제주도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이 설립된다 해도 정부가 애초 의도한 영리병원, 즉 투자개방형 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48병상의 소규모인데다 피부ㆍ성형 위주이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에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된 600병상 규모의 뉴욕장로병원(NYP)과 존스홉킨스 병원에 비해 규모와 명성 면이 크게 떨어진다. 정부가 강조한 '외자유치 활성화', '동북아 의료허브'를 내세우기엔 민망한 측면이 있다.
정부 불분명한 전략으로 허송세월
경자법 제정 당시 공공의료체계 붕괴 논란에도 밀어붙였던 영리병원 유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영리병원 개설 절차 등을 담은 시행규칙이 지난해 10월 공포되는 등 법적 절차 미비 때문에 늦어졌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한 영리병원을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정부 전략이 일원화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리병원을 의료산업 육성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고 복지부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영리병원 실수요가 어떤지,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은 무엇인지 필요한 논의는 접어둔 채 부처끼리 갈팡질팡하며 허송세월한 것이다.
이런 논의의 부재는 빈번한 영리병원 유치 무산으로 이어졌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2002년 경자법이 통과되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50%만 넘으면 설립이 가능했고 내국인 진료도 허용하도록 규제를 풀었는데도 1건도 성사되지 않은 건 투자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산병원 등 'BIG 5'라 불리는 대형병원의 의료수준이 높고 건강보험이 넓게 적용되는 국내에서 영리병원이 노릴만한 시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외국 병원의 요구 조건은 까다로웠다. 2005년 인천 송도 유치를 희망한 미국 6대 종합병원인 뉴욕장로병원은 의사 1인당 연봉으로 20억~30억원을, 입원비는 1일 80만~120만원을 책정했다. 최소 10명의 의사를 확보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 컸고 정작 한국으로 오겠다는 의사도 없어 2008년 투자의향을 철회했다. 세계적 의료명문 존스홉킨스병원도 '존스홉킨스 인천 송도 병원'이라는 간판을 다는 데에만 200억원을 요구, 투자자들이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 이 병원의 유치도 2011년 초 무산됐다.
제주도 역시 2006년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제정 이후 6년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허탕이었다.
영리병원 방향 새로 설정해야
제주도 추산 싼얼병원의 생산유발효과는 470억원, 상시고용효과는 100명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도는 무비자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5년 간 중국 부유층 1,800명을 유치하면 효과는 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를 놔두고 굳이 제주도로 올 지 의문이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48개 병상을 모두 가동해도 달성이 힘든 자의적 추정치"라며 "천진화업그룹이 병원을 매개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한 6개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외국인의 70~80%가 수도권에 거주해 인천 송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영리병원 유치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인천의 경?송영길 인천시장이 영리병원 추진을 접으면서 공중에 뜬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영리병원 투자 실익이 낮다고 판명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사연 관계자는 "외국 환자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가격을 따지지 영리냐, 비영리냐를 따지지 않는다"며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서라면 통역사 고용 등 국내 대형병원의 국제진료센터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종합병원보다 특정질환에 특화된 센터 형식의 영리병원이 현실 가능한 모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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