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2기 성과에 목말라하던 두 사람에게 외교적 승리이자 정치적 호재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3일 밤(현지시간) 낭보를 전하는 긴급 성명을 냈다. 2011년 5월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바 빈 라덴 사살 이후 2년여 만이다. 오바마는 성명에서 경제 제재가 성과를 냈다면서 자신이 구사한 압박과 협상 전략의 성공을 자평했다. 빈 라덴 사살과 이라크 전쟁 종식을 1기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오바마는 이제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이란 핵 문제 해결을 2기의 성과로 장식할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의 준비 부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오바마는 반전의 계기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악의 축으로 지칭한 이라크에서 10년 전쟁을 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또다른 악의 축인 이란을 외교로 변화시킨 점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케리는 협상 장소인 제네바를 두번 방문할 정도로 외교력을 집중시켰다. 케리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심 전략 대신 중동 중심 외교에 치중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해 불임외교란 지적까지 받았다. 이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워진 케리는 큰 애착을 갖고 있는 중동평화 협상에서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오바마 정부에게 1979년 테헤란 인질 사태 이후 단절된 이란과 외교 관계를 복원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란은 협상 타결 직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것에 버금하는 중동의 데탕트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이란 봉쇄를 위해 중동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져 중동의 지정학은 판을 다시 짜야 할 정도의 변화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번 임시타협이 2차 본협상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보람없는 승리'가 될 수도 있다고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루빈 연구원은 말했다.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의 칼럼니스트 아리 샤비트도 "협상 타결은 이란의 승리-미국의 패배"라고 규정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너무 순진하다는 동맹국들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뉴욕타임스에 썼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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