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3일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제주도 서남쪽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어도가 명백히 우리의 관할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투기나 헬기가 이어도 상공을 순찰할 경우 일본은 물론 중국에까지 사전 통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4일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우리 군용기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더라도 사전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중국이 동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국의 구역은 제주도 서남쪽 상공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과도 일부 겹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1969년 설정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켰다. 반면 6ㆍ25전쟁 중인 51년 미군이 설정한 KADIZ에는 이어도가 제외돼 있다. 따라서 당사자인 한국을 제쳐놓고 이어도 상공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일 양국의 군사구역이 겹치는 셈이다. 상공과 달리 이어도 해상의 작전구역(AO)은 한국에 속해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3일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서해와 남중국해 상공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으로 알려져 주변국과의 마찰이 증폭될 전망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군용기를 식별하기 위한 임의의 선으로, 영공과 달리 국제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자국의 구역에 타국의 군용기가 통보 없이 접근하면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켜 맞대응을 하는 게 관례다. 정부는 이어도에 군용기를 보내기 30분 전에 일본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일 양국이 이어도 상공에서 서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임을 주장하며 전투기를 띄울 경우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어도 상공을 KADIZ에 포함시키기 위해 미일 양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일간 문제라며 발을 빼고, 일본은 협상을 거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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