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가정집에서 세 여성이 30년 동안 감금됐다가 구출된 사건(23일자 10면)을 수사 중인 런던경찰청은 피해 여성들이 남성 용의자와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며 집단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피해자들이 구조되기 이전에도 사회복지사들이 수상한 낌새를 채고 도움을 주려 했으나 피해자들이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와 사건 진상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스티브 로드하우스 런던경찰청 수사본부장은 23일(현지시간) "남녀 용의자는 인도와 탄자니아 출신으로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피해자 중 2명(인도네시아인, 아일랜드인)이 남성 용의자와 런던에서 만나 공동체라고 부를 만한 형식으로 집단생활을 했다"며 "이후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년 동안 복잡하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정서적 통제'가 가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공유했던 정치적 이념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 중 가장 어린 영국 국적 여성은 정식으로 출생신고는 됐지만 학교를 다닌 기록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부 외신은 이 여성이 남성 용의자와 아일랜드인 피해자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했다.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용의자들은 일종의 세뇌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불안감을 주입, 감금 생활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피해자 중 한 명이 한때 탈출을 시도했지만 막상 지역 복지당국이 도움을 주려 하자 개입을 거부했다"며 "당시 집안에서 엄청난 폭력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달 구조 작전 당시 피해자들은 용의자들을 체포하지 않아야 집에서 나가겠다고 버틸 만큼 극도의 공포 상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들의 정신적 혼란은 구조 한달째인 지금도 여전해 경찰은 심리수사 특수요원들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증언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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