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이 질병기록 등 민감한 고객정보 800만여 건을 보험사들에게 무분별하게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개발원은 또 보험정보를 보험 대리점, 보험설계사까지 수시로 볼 수 있도록 방치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정보 일원화 추진에 대해 보험정보 관리 부실 위험을 이유로 생보협회나 손보협회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반대해 왔는데 검사 결과 자신들이 보유한 보험 정보도 관리가 허술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보험회사에 제공해준 보험사고정보 2,468만건 가운데 보험금 청구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제공한 것이 366만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고도 조회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사고원인이나 사고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새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또 보험회사가 전화판매 목적으로 카드사 등 제휴업체 회원의 보험계약정보 2,422만건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이를 승인해줬다. 이중 423만건이 고객으로부터 정보제공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제공됐다.
뿐만 아니라 보험개발원은 보험정보망 이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각 보험회사에 일괄 부여해,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제한 없이 조회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고 임직원 7명에 주의(주의상당) 징계했다.
생보협과 손보협의 보험정보 관리도 엉망이었다. 생명보험협회는 2007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보험계약정보관리시스템(KLICS)을 통해 금융위가 승인하지 않은 진단정보 66종 등 총 125종의 보험정보를 관리 사용하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손해보험협회도 2010년 10월부터 가계성 정액담보조회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면서 위험등급ㆍ직업ㆍ직종ㆍ모집자 정보 등 10종의 보험계약정보를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용해 왔음이 밝혀졌다. 금감원은 생보협회와 손보협회에 기관주의 및 시정명령을 내리고 각각 직원 6명, 2명에 견책, 주의 조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정보에는 고객 질병이나 사고현황 등 민감한 내용이 있는 만큼 정보 관리가 엄격해야 한다"며 "보험정보를 집적하는 권한이 있는 관계 기관들의 정보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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