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오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오류가 없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에 반발해 곧 집단소송을 낼 계획이다. 논란이 된 문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가 맞다고 보고 문제를 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정부 통계 등에 2010년부터 규모가 역전된 것으로 돼 있다며 명백한 출제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세계지리 교과서에는 2009년 통계를 기준으로 명시돼 있으므로 여기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도 하단에 표시된 2012년 표시는 그 시점의 데이터에 기초해서 풀라는 것 아니냐는 수험생들의 주장에 평가원은 "회원국 현황을 가리키는 연도"라고 해명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평가원의 논리가 군색해 보인다. 통계 수치가 바뀌었는데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유로 틀린 내용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출제 오류도 문제지만 이런 식의 단순 통계 수치를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암기 위주의 문제 출제는 통합교과적인 사고력과 분석력 측정이라는 수능시험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 고교 수준에서 지리적 특성에 따른 경제협력체의 전반적 특징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 것이라는 출제 의도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평가원은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는 게 최선이다. 수능 성적 발표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2008년 수능 성적 발표 후 정시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뒤늦게 물리과목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돼 상당수 수험생들의 등급이 재산정되는 등 엄청난 혼란이 빚어진 전례가 있다. 소송에서 학생들이 이길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교육 당국은 수능 출제 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마다 60만 명 안팎의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최대의 국가시험인 만큼 시험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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