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주변을 비행하는 군용 항공기를 식별할 목적으로 영공 외곽 상공에 임의의 선을 그어 설정한 공간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사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은 타국 군용기가 이 구역을 침범하면 퇴거를 요구하는 한편 자국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맞대응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영공과 별개의 개념이어서 주권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국제법상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강제로 착륙하도록 하거나 무력을 쓸 수는 없다. 그런데도 상대국 구역에 군용기를 진입시킬 때 사전 통보하는 것은 상대국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민간 항공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차원에서 설치ㆍ운용하는 비행정보구역(FIR)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군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이 문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6ㆍ25전쟁 당시인 1951년 3월 북한과 중국의 항공기를 가려내기 위해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설정했다. 이후 2008년 7월 ‘군용 항공기 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범위 등이 고시됐다.
일반적으로 외국 항공기가 KADIZ에 들어오려면 24시간 전 우리 군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군은 확인되지 않은 항공기가 KADIZ 외곽 10마일(약 18㎞)까지 접근할 경우 4, 5차례 경고 방송을 하고 5마일(약 9㎞)까지 근접하면 전투기를 출격시켜 요격에 나선다.
현재 우리 정부는 주변국들과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감안, 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과 각각 협정을 맺고 전용통신 회선 등을 활용해 상대국 ADIZ에 진입할 때 사전 양해를 구하고 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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