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수를 참 많이 줬는데.”
김응용 한화 감독의 야구 지론은 확고하다. 경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최근 제주도 서귀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꼴찌하던 팀이 다음해 우승도 하고 우승하던 팀이 다음 시즌 고전도 해봐야 팬들이 즐겁다. 각 구단의 전력이 엇비슷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화가 꼴찌를 했기 때문에 나온 하소연은 아니었다. 야구계의 큰 어른으로서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걱정한 발언이었다. 김 감독은 “나는 해태 감독 시절 다른 팀들에게 참 많은 선수를 줬다. 우승한 직후 ‘선수 좀 달라’는 전화가 오면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했다”며 “요즘은 각 구단이 선수 보호를 너무 많이 한다. 팀들의 전력이 엇비슷해지기 힘들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자유계약선수(FA) 취득 자격 조건을 완화하는 것, 2년 마다 한 번씩 열리는 2차 드래프트를 매년 개최하는 것 등이다. 김 감독은 “FA는 5년만 뛰고 자격을 얻게 해줘야 한다(현행 고졸 9시즌 뒤, 대졸 8시즌 뒤). 그래야 몸값 거품도 없어지고 구단들이 전력 보강할 기회도 생긴다”며 “2차 드래프트는 보호 선수 명단을 40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매년 개최하는 게 좋다”고 했다.
물론 당장 김 감독의 제안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FA 문제는 선수협회와 구단들이 의견을 모아야 하고, 2차 드래프트는 올해가 2회째로 역사가 길지 않았다. 둘 모두 선수와 구단, 양 측의 이해 관계가 치밀하게 얽혀있어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 감독도 “당장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 같은 김 감독의 선견지명 중 내년 시즌부터 당장 도입되는 부분도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 선수 문제가 그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자 마자 “한국 야구 인프라를 볼 때 외국인 보유수를 늘려야 한다.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선수가 늘수록 화끈한 공격 야구도 가능해져 경기 자체가 재미있어 진다”고 했다.
그 동안 외국인 보유수는 신생 팀을 제외하고 2명 보유에 2명 출전이었다. 하지만 2014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에 2명 출전’으로 바뀌었다. 각 구단 사장과 단장들은 외국인 선수의 실패 사례가 늘고 리그 전체적인 수준도 떨어지자 지난달 외국인 선수 확대에 동의했다. 꽤 오래 전부터 필요성을 공감한 사안이 김 감독의 발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된 셈이다.
현재 좋은 외국인 수를 잡기 위한 치열한 정보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내년 시즌부터는 화끈한 공격 야구가 기대된다. 김 감독의 말처럼 “4~5점 차 승부도 어렵지 않게 뒤집히는 방망이 싸움”이 볼만할 것이다. 아울러 FA 자격 문제, 2차 드래프트 제도 개선 등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인지 관심이다. 결국 야구는 재미있어야 한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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