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는 에이전트(대리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선수가 직접 구단 운영팀장 등 실무자와 마주 앉아 몸값 협상을 벌인다. 일생 동안 운동을 한 선수는 협상력에서 구단 측에 밀린다. 대개 고과 산정 내용을 철저히 준비한 구단의 제시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협상의 주도권은 구단이 쥐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연봉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역대 20차례의 조정에서 선수의 승리는 2002년 유지현(LG) 단 한 번뿐이었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31·당시 롯데)마저 연봉 조정에서 패했다. 감정이 상한 이대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문화체육부가 지난 8월 프로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법제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프로야구의 연봉 협상 분위기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스포츠 비전 2018’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스포츠산업 진흥법을 개정해 에이전트 제도를 정식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르면 2014년부터 협상 테이블에 선수 대신 에이전트가 앉을 수 있다.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면 ‘갑(구단)을(선수) 관계’는 사라질 전망이다.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가 협상을 대행할 경우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이 오갈 수 있다. 또 직접 대면에 따르는 선수와 구단 간의 감정 대립을 사전에 차단하는 순기능도 있다.
사실 야구 규약에는 에이전트 관련 조항이 있다. 규약 30조에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변호사가 에이전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부칙에 “한국 프로야구 여건 등을 고려해 구단, 야구위원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체 합의에 따라 정한다”고 달았다. 겉으로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인정하면서 현실적으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구단 측이 에이전트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도 명분은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적자폭이 크다.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면 적자폭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 실력이 뛰어난 스타급 선수들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선수단 사이에 위화감이 커진다는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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