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을 중독물질로 보는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문화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게임규제 공대위)가 발족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중독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진지한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게임규제 공대위원장을 맡은 박재동(만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중독법은 게임을 비롯해 인터넷 문화, 나아가 예술을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게임을 단순히 오락으로만 볼 수 있지만 하나의 문화콘텐츠이고, 산업이고, 예술이다”고 강조했다.
게임규제 공대위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중독법 저지를 위해 홍보물 제작 및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정치권의 중독법 추진에 반발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참가자 수가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업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으로 인터넷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중독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화계가 중독법을 격하게 비판하고 나선 까닭은 잘못된 정책이나 인식이 문화콘텐츠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1990년대 말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국내 만화산업은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당시 1,700여종의 만화가 유해매체로 지정됐으며, 중견 만화가들은 음란물 생산 유포 혐의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 만화가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한국 만화산업은 침체의 늪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다.
게임업계는 중독법이 시행되면 게임회사들은 마약 딜러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은 제재를 받는 반면 해외 기업은 제재를 받지 않는 역차별로 인해 한국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5년 전 만화와 같이 또 다른 문화콘텐츠인 게임이 몰락할 수 있다는 인식을 문화계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드오브탱크’로 유명한 워게이밍의 빅터 키슬리 대표는 지스타 2013에서 한국의 게임 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침을 날렸다. “게임은 초콜릿과 같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반복적으로 초콜릿을 먹으면 건강에 나쁘다. 현대, 삼성뿐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데 게임은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스위스에서 초콜릿을 규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의 조국, 벨라루스 또한 7,000만명 이상의 ‘월드오브탱크’ 게이머들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박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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