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가혹행위로 500명이 넘는 원생을 숨지게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 역사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밝혀내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발바닥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19개 단체로 결성된 대책위가 8개월 만에 공식 활동을 선포한 것이다.
이 사건은 1975~87년 고아, 장애인 등 4,000여명이 부산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감금, 강제노역, 각종 폭행 등을 당한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측은 부랑인들을 강제 격리,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20억원의 국고 지원까지 받았지만 원생에 대한 강제노역 등 각종 학대가 자행돼 500여명이 사망했다. 1987년 3월 원생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과정에서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숨지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복지원을 운영했던 박인근(83) 형제복지원 전 원장은 7차례 재판 끝에 1989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은 여준민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은 인권 유린의 원형을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사건"이라며 "사회 정화란 이름으로 격리와 수용을 당연시했던 시대적 상황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던 만큼 국가의 사과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세 때 끌려가 1년 간 복지원에서 지낸 피해자 이상철(50)씨는 "당시 죽어나가던 원생들을 보며 살기 위해 일했다"며 "국가가 멀쩡한 사람들을 정신 이상자로 만든, 국제적 망신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감금의 역사, 수용의 시간과 형제복지원' 학술토론회를 열고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체적인 인권 침해이자 세계인권선언을 위반한 국제법 상의 범죄"라며 "형제복지원을 포함한 시설들의 인권침해 전반에 대한 국가의 조사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변의 조영선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산지검은 형제복지원 전 원장 박씨와 형제복지원 후신인 형제복지지원재단이사장인 박씨의 아들(38)을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재단 명의의 대지 등을 매각한 대금 중 12억여원과 재단이 운영하는 온천 수익금 5억8,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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