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사실상 공군의 차기 전투기(F-X)로 결정되면서 첨단 스텔스기 확보라는 공군의 요구는 성취됐지만, 결정과정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후보기종 선정 막판에 원점 재검토를 결정, 결국 F-35A를 단독후보로 정함으로써 가격이나 기술이전 등 협상에서 전혀 우위를 갖지 못하게 됐다. 전력화 시기 역시 또 다시 미뤄져 공군의 전력공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협상 주도권 약화
군이 애초에 F-X사업에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한 것은 미국 보잉사와 록히드마틴사,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 업체들 간 가격경쟁을 유도, 총사업비 8조3,000억원 이내에서 우수 전투기를 합리적으로 구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보잉사의 F-15SE가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부가 지난 9월 'F-X 사업 원점 재검토'를 결정한 끝에 F-35A를 단독 후보로 선정한 것이어서 도리어 가격협상력을 잃게 됐다.
F-35A의 적정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은 대당 2,500여억원, 노르웨이는 2,100여억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입찰에 참가했을 때 록히드마틴사가 제시한 가격은 총 10조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구매대수가 원래 목표 60대에서 40대로 줄어든 것이어서 그 때보다 단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직 시제품만 나온 상태라 개발비용이 더 오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작전요구성능(ROC)을 F-35A에게 유리하게 해 경쟁입찰했다면 시간을 벌고, 록히드마틴사에 끌려가는 상황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F-X 사업 추진에 악영향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의 핵심인 기술이전도 어렵게 됐다. 애초 군은 F-X 사업을 통해 이전받은 기술을 KF-X에 적용하려 했다. 3개 후보기종이 경쟁했을 때는 제조사들이 기술이전 등 절충교역 조건을 앞다퉈 제시했던 게 사실이다. 김연환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은 "차기전투기 후보업체와 모두 절충교역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우리는 기존에 협의한 내용 그대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은 K-FX 관련 기술 이전과 관련해 약 50여개 리스트를 제시했었다. 오태식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은 "기술이전 개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꼭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F-35A는 기술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제조사로부터 구매해 해당 국가에 파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다 경쟁업체가 배제된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술이전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FMS로 진행되는 사업은 기술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F-35A 선택은 국내 항공우주방위산업 발전에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공백 빨간불
군은 F-35A 40대를 2018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존 계획보다 1년 더 늦췄다. 지난해 기종 선정이 미뤄지면서 차기 전투기 전력화 시점이 이미 2016~2020년에서 2017~2021년으로 조정됐다. 이번 소요(所要) 결정 이후 ▲사업추진전략 수립 ▲구매계획서 작성 ▲방추위 심의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그 이상 미뤄질 수도 있다. 김연환 부장은 "가능성은 적지만 F-35A 개발이 늦어져 전력화가 지연되는 리스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국내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는 430여대이지만 차기 전투기 수혈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노후 기종이 퇴역하게 되면 2019년 340여대로 100여대가 부족해진다. 공군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노후 전투기 F-4, F-5가 도태돼 차기전투기 사업이 늦어질수록 전력공백이 커진다"고 말했다. 엄효식 합참 공보실장은 "공중전력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현존 전력 운용 능력 극대화, 공중 급유기와 정밀 유도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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