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총 9억3,000만 달러의 손해 배상비용을 애플에 물어주라는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 평결이 나왔다. 액수도 액수이지만 삼성전자는 모방꾼(카피캣)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소송 재산정 공판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물어줘야 할 추가 손해배상액 규모를 2억9,000만달러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지난해 8월 확정된 6억4,000만달러를 포함해 총 9억3,000만 달러(약 1조원)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평결은 지난해 미 배심원단이 10억5,000만달러를 삼성전자의 손해 배상액으로 평결했으나 루시 고 판사가 일부를 재산정하도록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추가 배상금으로 삼성은 5,270만달러를 제시했고, 애플은 3억7,978만달러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미 배심원단은 삼성 제시액의 6배 가까운 금액을 산정해 원고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액수에 해당하는 배상금 못지 않게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 손실이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만약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최종 판결에서 그대로 굳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꼬리표가 붙게 돼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은 재판 결과에 대해 "배심원단이 '모방하려면 돈이 든다'는 사실을 삼성에 보여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평결이 개운치만은 않다. 애국심에 호소한 애플의 국수주의 전략이 통한 평결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애플 측은 미국산 TV가 사라진 점을 지적하며 애국심에 호소해, 삼성 측으로부터 아시아 업체에 대한 인종차별을 은연중 불러 일으켰다는 반발을 샀다.
특히 이번 재산정에는 미 특허청이 지난 7월 애플 특허를 무효로 결정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거나 줄이는 '핀치 투 줌' 특허가 포함돼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미 특허청의 특허 무효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20일(현지 시각) 기각됐고, 삼성전자는 바로 재판 중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무효 특허가 포함된 점에 대해 이의제기를 신청할 계획이다. 만약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2월 최종 판결이 이뤄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 특허청에서 무효 결정한 특허까지 포함해 손해배상 산정이 이뤄진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이의제기 및 내년 2월 판결을 보고 항소 여부 등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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