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모든 시민은 소비자다. 소비행위를 통해 현대소비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주체로서 대접 받는다. 합리적 소비는 이제 삶의 합리성과 대등하게 놓이는 가치로 성장했다.
소비합리성은 일반적으로 비용(가격)과 만족(품질)의 관계로 평가된다. 품질만 좋다고, 가격만 싸다고 합리적 소비는 아니다. 또 한 벌에 수백 만원씩 하는 다운점퍼를 사 입는다고 해서 그 제품과 기능면에서 별 차이 없는 1/10 가격의 점퍼를 소비하는 것보다 열등한 소비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브랜드 소비, 과시 소비가 그만한 만족을 준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 대비 품질 정보가 소비 선택의 근거로 사전에 충분히 제공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그 정보는 합리적 소비, 나아가 현대소비사회의 합리성을 떠받치는 사회적 인프라다. 우리는 한국의 소비 인프라, 소비 정보 네트워크가 얼마나 믿음직한지 궁금했다. 세계 주요국과 한국의 소비자 정보지 운영 실태와 역량, 영향력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소비자주권운동이 본격화한 것은 1930년대 미국에서다. 그 중심에 근 80년 전통의 소비자 정보지 '컨슈머리포트'가 있었다. 소비 판단을 왜곡하는 생산자(공급자)의 제품 정보에 대해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 품질ㆍ가격 정보로 맞서며 수많은 소비자 승리의 신화를 써왔다. 그 파장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돼왔다.
한국의 '스마트컨슈머'도 지난해 2월 출범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무료 정보포털인 스마트컨슈머는 매달 1,2개 품목을 선정해 브랜드별ㆍ모델별 가격과 품질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스마트컨슈머의 정보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달 11일 차량용 블랙박스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접속 폭주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소비자는 제품 비교정보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스마트컨슈머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아니, 경쟁국 정보지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했다. 예산ㆍ인력 부족 탓이었다. 또 거기에는 상대적으로 짧은 연륜, 소비자운동 참여 열의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정부의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정책의지의 결과라고 우리는 판단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의 말처럼, 소비자 정보 네트워크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장의 감시자(Watch Dog)다. 그 네트워크의 품질은 해당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케 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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