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 제보자의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사전에 미리 조서를 만들어 놓는 등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변호인단에 의해 제기됐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지목된 5월12일 비밀회합의 녹음파일은 분량만 4시간이 넘는데 이를 확인하고 조서를 꾸미는데 단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제보자 이모(46)씨를 상대로 5월10,12일 비밀회합에 대한 국정원의 진술조서 작성에 걸린 시간에 대해 캐물었다.
증거에 의하면 7월11일 오후 6시40분 수원 모 호텔에서 시작된 진술조서 작성은 오후 10시5분 종료됐고, 25분간 확인절차를 거쳤다. 이 조서는 5월 두차례 열린 RO의 비밀회합에 대한 녹취 내용을 이씨가 하나하나 듣고 국정원에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3시간25분 만에 97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조서가 작성되고 25분 만에 사진까지 첨부된 142페이지 분량의 조서 내용을 확인한 뒤 서명, 날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조서만 97페이지에 사진 85장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곤지암 수련원 내부 좌석도까지 그려 첨부했는데 증인이 녹음 내용을 모두 듣고 작성한 것이 맞냐"며 "짧은 시간에 모두 읽어보고 날인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국정원이 조서를 사전에 작성해 온 것은 인정했지만 짜맞추기식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는 "녹음파일을 이전에 수십번 들어서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국정원 직원이 사전에 녹음파일 시간대를 미리 적어와 빠른 시간에 작성이 가능했다"며 "녹음파일을 지정하면 대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듣고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씨는 RO 예비단계인 학습모임(학모)과 이념써클(이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처음 알려줬다는 채모씨의 RO 지휘성원 여부와 가입식을 연 민박집 등에 대한 진술을 수차례 번복해 변호인단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변호인단은 25일 예정된 추가 반대신문에서 이씨 증언 내용이 개인적인 생각 위주라는 점과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예정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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