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개혁 행보에 찬사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직자의 권위주의와 시대와 동떨어진 가치노선 등을 현 상황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가톨릭교회는 범세계적 믿음의 집합체이니만큼 지나친 개혁은 오히려 가톨릭이 고수해야 할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보도했다.
교황은 최근 사치스런 생활을 하던 주교에게 이례적으로 정직 처분을 내리며 가톨릭 교회의 방탕한 재정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독일 림부르크의 한 가톨릭주교가 4,100만달러를 들여 교회건물을 짓고 2만달러짜리 욕조를 설치하는가 하면 110만달러를 들여 주교관 정원을 꾸미는 등 교회 재정을 낭비한 것이 드러나 신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번 결정이 이례적인 까닭은 프란치스코 이전의 교황들은 이 같은 신자들의 시정 요구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고 주교들의 사치를 묵인해왔기 때문이다.
또 교황은 가톨릭 교회가 낙태나 동성애 등에 대한 가톨릭의 오래된 가치노선도 일부 변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교회가 자기만의 논리에 갇혀 신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회의 기존 교리와 신도들의 관점과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미국 가톨릭 신자의 약 76%는 교회가 낙태를 허용해야 하고, 약 50%는 동성애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개혁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지금의 교회가 이 같은 흐름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신도들의 이탈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는 만큼 개혁은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자유주의 독일신학자인 한스 쿵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바티칸의 봄'이란 기고문을 싣고 "지금의 교회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톨릭 교회는 사우디아라비아같이 절대적 군주제의 형태를 유언처럼 계속 전승해왔다"면서 "중앙집권적 교황 제도와 강압적 교권주의, 철저한 금욕주의 등 때문에 여성과 젊은이 같은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회 개혁에 반대하던 이들은 개혁주의자들의 주장이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2,000년의 전통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약 12억 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현 시대의 조류만이 아닌 광대한 언어와 문화, 정치적 관점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교회를 믿는지 안 믿는지에 구애 받지 말고 초월적 관점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적 믿음을 유지해나가는 게 가톨릭 교회가 가져야 할 본연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내셔널가톨릭리포터지의 시사해설가인 마이클 신 윈터스는 "교회는 정치단체가 아닌 믿음의 공동체인 만큼 현 상황을 나타내는 통계 결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좋은 교황인지 나쁜 교황인지 판단할 때는 그가 예수의 좋은 친구였는가를 기준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건 투표까지 갈 일이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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