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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카스트·종교 족쇄에 멍드는 인도 젊은이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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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카스트·종교 족쇄에 멍드는 인도 젊은이들의 사랑

입력
2013.11.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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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빠른 산업화와 서구화로 젊은이들의 연애 풍조는 달라졌지만 종교와 카스트 제도 등 기존 관습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인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배우자를 스스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조혼 풍습과 계급 차별, 명예 살인 등의 관습적 족쇄가 이를 억누르고 있다고 최근 포린어페어가 보도했다.

산업화로 세대 간 장벽 높아져

미국의 연애 풍조는 약 100여년 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미국이 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1900년대 초반부터 젊은 세대는 종교나 가문의 영향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풍습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1960년대 중반 이후 동성애 등 전통적 성 역할의 해체와 함께 피임에 대한 주체적 인식 변화, 자유로운 성 문화 등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미국이 100여년 간에 걸쳐 진행한 사회ㆍ문화적 변천 과정을 지난 수 년 동안 압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인도 젊은이들의 연애에 대한 인식은 현재의 미국의 젊은 세대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이를 수용해야 할 인도 사회는 미국의 1900년대 초반보다 더 뒤쳐져 있는 것이다.

실제 인구과학 및 인구연구를 위한 국제연구소(PSPC)가 최근 인도 젊은이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 중 77%와 미혼 남성 중 55%는 자신의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와 종교적 차이 등으로 가족의 반대가 심해 자신들의 뜻대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혼 기피로 젊은층 실업률 늘어

포린어페어는 이러한 문제가 인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젊은이들은 학업을 마치고 나면 가문이 미리 정해놓은 배우자와 결혼을 해야 하기에 졸업을 연기하면서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 보팔의 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중인 사나 돈스는 "16살 때 무슬림 관습에 따라 얼굴도 모르는 사촌과 약혼을 했다"며 "졸업하면 결혼을 하기로 돼 있어서 이 대학 생활은 나에게 피난처와 같다"고 한탄했다.

세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세계 전반적인 실업률보다 50%나 높다. 또 인도에서 학자금 대출은 지난 4년 동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인도 젊은이들의 자살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자살 연구보고서를 쓴 비크람 바텔은 "선진국에서 고등 교육을 마치고 온 인도 젊은이들 중 많은 수가 고국에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며 "대부분이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사랑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 타밀나두 주에서는 경찰용어인 일명 '사랑실패 자살'(love failure suicides)이 매년 5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명예살인 등 문제 심각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인도에서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부모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가문이 정한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한 '명예살인'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명예살인 사건 중 여성의 아버지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약 94%에 달했다.

실제 명예살인이 발생하더라도 실제론 지역의 관습법 안에서 묵인되고 있어 그 피해가 심각하다. 관습법은 여성이 16세가 되면 가족이 정하는 남자와 결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카스트 제도를 거스르는 결혼은 엄격히 금지된다. 인도 정부는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고 명예살인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 소도시까지는 그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하야나주의 소도시 마헨드라가 출신인 네하(여)와 무쿨(남)은 얼마 전 델리로 도망쳤다. 대학에서 만난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라지푸트 가문 출신의 네하가 상위 카스트인 반면 무쿨은 인도에서 가장 천한 계급인 달리트(불가촉민)여서 교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네하는 "무쿨과 사귄다는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자 절 다른 남자와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다"며 "제가 말을 듣지 않으면 저는 물론 남자친구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네하와 무쿨은 현재 델리에 있는 시민단체인 '사랑 의용군'(Love Commandos)이 제공하는 피난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랑 의용군은 네하와 무쿨처럼 사랑 때문에 고향에서 도망쳐 나오는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인도 사회의 분위기라면 자신들과 같은 연인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인도 북부의 푼잡과 하야나주 법원에 따르면 도망 나온 연인들이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매일 50건씩 접수되고 있다. 이는 5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네하는 "우리의 부모들은 저와 남자친구 모두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우??서로 사랑하고 있고 우리의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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