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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서 바둑 꿈나무 키우는 김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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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서 바둑 꿈나무 키우는 김승준

입력
2013.11.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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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이 열렸던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오랜만에 '흑기사' 김승준(40)을 만났다. 금발의 외국 청년들과 함께 이세돌과 우광야의 대국을 열심히 관전 중이었다. "한동안 안 보이던데 어디 갔었냐."고 물었더니 "요즘 중국에 있어요."라며 '아시아(亞洲)기원 명예원장 프로9단 김승준'이라고 적힌 명함 한 장을 건넨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요즘 중국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라는 대답이다.

지난 5월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바둑협회가 운영하는 아시아기원에서 10대 초반의 신예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김승준은 국내 젊은 기사들 중에서 중국어가 능통해서 일찌감치 중국통으로 불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우한팀 용병으로 활약한 인연으로 현지 바둑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한은 중국에서 바둑 열기가 매우 뜨거운 곳 중에 하나다. 한데 최근 중국리그에서 우한팀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보니 갑조리그에서 작년에 을조로 밀려 났고 올해는 다시 병조로 내려갔다. 원래 우한팀에는 리저, 종원징 등 강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팀이 병조로 밀려나자 다른 갑조팀으로 옮겨갔고, 나머지 선수들도 항저우나 베이징으로 속속 빠져 나갔다. 결국 요즘 우한팀에는 쓸 만한 선수들이 별로 없어 병조에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꽁웨이 아시아기원 원장이 김승준을 만난 자리에서 후베이지역 바둑 중흥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손잡고 바둑 꿈나무를 키워보자는데 의기투합했고 올초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아르바이트 삼아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중국측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서 지금은 제가 오히려 더 긴장되는 상황입니다."

지역 바둑을 되살리려는 우한시 바둑인들의 의지가 정말 대단했다. 김승준이 현지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각종 지원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아예 '아시아기원 김승준 어린이바둑장학재단'이라는 기구까지 만들었다. 지난 5월 재단이 공식 출범하면서 김승준의 본격적인 중국 생활이 시작됐다. 앞으로 3년 동안 기본급과 사무실 및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이라고 한다.

우한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4일 정도 강의를 한다.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8월 후베이성 아시아재단 바둑장학생 선발전을 치렀다. 200여명이 응시했는데 이 가운데 18명을 선발했다. 소수정예를 표방한 셈이다. 대부분 2001~2007년생 바둑꿈나무들인데 김사범에게 2점~4점정도로 버티는 유망주들도 서너 명 된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운영해 오던 비바(BIBA)는 그만 두었냐"고 묻자 "설마요, 그건 제가 평생 할 일인데요"라며 펄쩍 뛴다. 비바란 김승준이 2년 전에 문을 연 외국인 바둑교실 블래키국제바둑아카데미(Blackie's International Baduk Academy)의 영문 약자다. 블래키는 수년전 루마니아에 갔을 때 현지 바둑팬이 지어준 애칭으로 그의 별명인 흑기사와 잘 어울린다.

헝가리 출신으로 한국에서 입단한 코세기 디아나 초단과 함께 운영했는데 당분간 디아나가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후배기사 온소진과 이현욱이 학생 지도를 돕기로 했다. 대신 김승준은 한여름과 매년 10월께 한국에서 열리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선수권대회를 전후해 각각 한 달 씩 휴가를 받아 귀국해 비바 일을 봐주기로 했다. 매년 이 기간 중에 외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비바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휴가기간을 이용해 내한, 비바 학생들과 함께 삼성화재 준결승전 대국을 관전하러 온 것이라 했다.

"사실 제가 갑자기 중국 진출을 결심한 데는 비바를 좀 더 잘 해 보려는 목적도 있어요. 실은 그동안 비바 운영이 너무 어려웠어요. 학생들이 꾸준히 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1개월 내외로 상주인구가 5~6명에 불과해 실제 수입이 거의 없어요. 지난 2년간 집에서 많이 갖다 썼지요. 그래서 뭔가 돌파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중국측 제의가 있길래 결단을 내렸죠. 어쨌든 기왕에 맡은 일이니까 잘 해야죠. 한 3년 열심히 어린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우한팀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국내 바둑도장과 우한 어린이들의 교환 연수, 한중 기업인 바둑교류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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