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의 사형선고, 한중 FTA 중단하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 길(농민의 길)’은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3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국 측 개방품목 초안에 일부 농산물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농민들은 “전면 개방의 신호탄”이라며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한중 FTA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전여농) 정책부회장은 “우리와 생산 품목과 방식 등이 비슷한 중국과의 FTA에 농산물이 포함되면 농민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FTA보다 빠른 속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산물 수입 개방 20여년 만에 우리 밥상의 50%가 중국산 농산물에 점령당했는데, 한중 FTA가 체결되면 그 비율이 순식간에 70~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식 가톨릭농민회장은 “아무리 농가 수가 적고 재배면적이 좁은 농산물에 한정한다 하더라도 일부 품목이 개방되면 당연히 다른 품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또 개방된 농산물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 밀려 농사를 포기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우리 농업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농민들은 한중 FTA 저지 외에도 ▦쌀(80㎏ 1가마) 목표가격 23만원 보장 ▦국민기초식량보장법 제정 ▦대기업의 농업생산진출 반대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강다복 전여농 회장은 대회사에서 “예전 같으면 지금쯤 한 해 농사 갈무리하고, 잔치를 벌이고 있겠지만 지금은 농한기도 없이 갖가지 농사를 지어도 농민 손에는 마이너스 통장 밖에 남는 게 없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농사를 짓겠다는 대기업을 눈감아 주고 농산물 시장은 있는 대로 활짝 열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회장은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농업에 대한 홀대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며 “말로만 농업을 돌보겠다고 했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또 “쌀 목표가격은 8년째 17만원에 묶여 있는데, 정부는 고작 4,000원 인상해주겠다고 한다”면서 “만약 직장인이 8년째 월급이 그대로라면 살 수 있겠느냐”며 가격 인상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농민들이 서울역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소공동 한국은행 앞 왕복 8차로를 약 5분간 막아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이날 대회에는 2만여명(경찰 추산 4,500명)의 농민들이 참가했으며, 경찰은 105개 중대 6,300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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