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두산이 후원하는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이 19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열려 5개 부문 본심 후보작 52권을 선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1년 동안 발행된 신간 1만 1,000여종을 대상으로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출판평론가 변정수, 한미화, 장동석씨, 서평가 이현우씨, 동화작가 김지은씨가 심사를 맡았습니다. 저술-학술, 저술-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ㆍ청소년 등 5개 부문의 간략한 심사평과 본심 후보작들을 소개합니다. 최종 수상작은 12월 하순에 발표합니다.
변정수(출판평론가)
전반적으로 중량감 있는 타이틀이 줄었다. 내적으로 출판 환경이 위축된 탓도 있고, 외적으로 사회 전반에 활력과 역동성이 사라진 것과 맞물린 문화적 무력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또한 드물게 보이는 수작들이 분야별로 몇몇 출판사들에 쏠리는 현상이 예년에 비해 심해졌다. 긍정적으로는 안팎으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양서를 펴내는 출판사들의 선전은 격려 받아 마땅하지만 다른 한편 부정적으로는 출판 생태계의 양극화로 인한 과점의 폐해와 문화 다양성의 위협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실증이기도 하다.
이현우(서평가)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저술-교양과 번역 부문에서 과학 분야 책이 많은 게 눈에 띈다. 좋은 교양과학서들이 많이 나오는 건 고무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의 책들이 약세인 것 같아 아쉽다. 저술-학술 분야에서는 원로 학자들의 학문적 결산을 보여주는 책들과 소장학자들의 패기를 보여주는 책들이 고루 들어있긴 하지만 풍성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역사 분야의 책들은 많은데 사회과학 쪽에서 이렇다 할 책이 드물었다.
장동석(출판평론가)
저술-교양 부문은 교양과학서가 강세였고 그 다음이 역사 분야였다. 아파트 문화에 대한 성찰이 출판계의 한 흐름인데 같은 책은 그런 흐름을 대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가족 문제를 다시 들여다본 도 좋은 문제 제기로 호평을 받았다. 과학 분야에선 가 참신한 시도로 주목 받았고 은 예심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책이었다. 번역 쪽은 짐멜의 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최근서 번역인 게 큰 특징이었다.
한미화(출판평론가)
저술-교양 부문에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도록 풀어낸 작품들이 많았다. 이나 등은 단순히 그간의 연구를 정리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세계 속에 한국의 위치, 혹은 동서양의 근대성,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을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낸 점을 높이 샀다. 편집 부문에서는 책의 내용에 어울리는 편집디자인을 중심으로 편집자의 연출력이 많이 투입된 , 책의 내용에 맞는 편집을 고심한 등을 골랐다.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과학 분야 출판이 풍성한 해였다. 고전의 반열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었던 책들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고( ) 당연히 출간되었어야 할 책들이 이제야 나온 것( )도 있었다. 처럼 역량 있는 새로운 국내 과학 작가들의 책도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책의 주요 키워드는 '진화'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화학에 관련한 책이 극히 드물었다. 학계의 풍토 때문인지 국내 작가들의 책은 거의 교양서가 전부이며 학술서라고 할 만한 책이 없었다.
김지은(동화작가)
그림책의 경우 대상 연령층이 확대되고 작가의 개성이 더 강렬히 표출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소윤경의 이 대표적이다. 동화책 가운데는 단편문학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어린이 문학 출판의 수작들이 많았다. 김민령의 와 송미경의 , 진형민의 는 모두 올 한 해 한국 아동문학이 거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청소년 도서로는 교재의 성격을 뛰어넘은 수준 높은 인문ㆍ과학 교양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청소년문학 분야는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출간 종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출판 불황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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