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허위발표로 드러난 지난해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서로 상대방이 주도했다고 법정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21일 열린 김용판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기용 전 청장은 "당시 김용판 전 청장으로부터 '분석이 완료됐고, 서울청 내부 의견이 지금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좋겠다'라는 전화보고를 받았다"면서 "분석 결과가 담긴 자료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날인 12월 17일에 봤다"고 밝혔다. 김용판 전 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분석 결과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 배포 결정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김용판 전 청장이 "당시 경찰청장에게 모든 사항을 보고하고 보도자료 배포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김용판 전 청장 변호인은 반대심문에서 "수사결과 발표 시기와 관련해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내가 중간수사결과를 바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기용 전 청장은 "지시했다고 말했다기보다는 (김용판 전 청장의) 보고가 있었고, 승인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수사결과 발표 시간이) 너무 늦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발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기용 전 청장은 사건의 핵심인 허위 수사결과 발표 문제 외에는 김용판 전 청장의 혐의를 덜어 주는 증언을 했다. 그는 "김용판 전 청장이 국정원 여직원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 신청 재검토(보류) 지침에 대해 '서울청에 맡겨 달라'며 영장 신청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사실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김기용 전 청장은 '경찰청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용판 전 청장에게 영장 신청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는 김용판 전 청장으로부터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주장과 배치되며, '김용판 전 청장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하게 수사를 방해했다'는 검찰 측 주장과도 어긋난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후 19일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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