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씨가 최근 한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 녹화 차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한 것을 두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연일 "참담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의 첫 문제 제기에 이어 21일에는 심재철 최고위원과 해군참모총장 출신의 김성찬 의원까지 가세해 국방부 장관 사과 및 국방부 관계자 문책을 요구해 급기야 국방부가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까지 했다.
이씨의 강연은 군복무 중인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내용으로 천안함 사건 등 안보 이슈와 관련이 없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비를 건 것은 강연자의 '자격'이다. 이씨가 지난 2010년 트위터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소설쓰기'에 빗댄 것을 두고,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치부하며 조롱했던 사람을 국방부가 어떻게 천안함 부대 강연자로 초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 의원은 "방송을 지켜보는 천안함 유족들의 심경이 얼마나 참담하겠느냐"며 "독립기념관에 아베가 간 꼴"이라는 비유도 들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을 천안함 희생 장병을 조롱한 것으로 여기는 것부터 논리적 비약이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한 것은 이씨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다.
시계를 딱 1년여 전으로만 돌려보자. 지난해 9월 25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강원 양구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본 뒤 화천군의 이외수씨 자택을 방문했다. 박 후보는 이씨에게 "국민행복을 모색하는 것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으로부터도 구애를 받고 있어 후보 지지여부를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덕담을 건넸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 선거공보물에 '이외수, 박근혜의 용기를 말하다'는 제목으로 이씨의 이 언급을 실어 선거에 활용했다.
하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박 후보는 국군 통수권자가 되고자 하면서,'천안함 폭침을 조롱한 이'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국방부의 강연 초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일'을 한 셈이다. 하 의원은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박 대통령에게도 사과를 요구할 것인가.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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