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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도 구경하고픈 우리 집만의 트리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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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도 구경하고픈 우리 집만의 트리 만들어봐요

입력
2013.11.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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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정형성만큼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없다. 밸런타인데이 시즌 편의점 앞에 쌓인 초콜릿 바구니, 패키지 여행 상품, 결혼식 뷔페, 미용실 파마 요금 등등. 몰취향의 상품들은 먼 미래에 그 시대를 특징 짓는 풍경으로 회고될 수도 있겠으나, 바로 오늘 초콜릿 바구니를 연인에게 건네야 할 그는 시간과 돈 앞에 굴복해 개성을 내다버리는 슬픔을 겪어야 한다.

매년 이맘때쯤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트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갑을 열 사람에게만 철저히 집중된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양한 인간 군상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돈 없는 사람, 시간 없는 사람, 알록달록함을 꺼리는 사람은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외면 당한 지 오래다. 대안적 크리스마스 트리의 필요성을 고민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 광주시의 인테리어 소품 업체 '데코 팩토리'에 대안적 트리 제작을 의뢰했다. 키워드는 재활용, 게으름, 단순함. 최대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되 재정, 시간, 손 맵시가 없는 이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트리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추가로 크리스마스의 흥을 한껏 돋우되 미니멀함, 쓸쓸함 등 다양한 미감 또한 반영해달라고 했다. 며칠 후 데코 팩토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너무 간단해서 제작 과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데, 이거 어떻게 하죠?" 자, 이제 용기를 내어 만들어 보자. 양탄자 깔린 거실이 없는 사람, 마트에서 제일 큰 트리를 살 돈이 없는 사람, 전기 장판 위에서 몸을 떼기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외면하지 않는 산타 클로스 같은 크리스마스 트리.

■ 조명발도 필요 없다, 탁상용 볼 트리

난이도 ★☆ 예산 약 1만8,000원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부푼 마음으로 사들이지만 곧 애물단지가 되고 마는 장식용 볼. 그 볼들을 모두 모아 트리를 만들었다. 몇 년에 걸쳐 사 모은 것이라 크기도 색깔도 제각각이지만 그래서 더 좋다. 글루건 하나만 있으면 처치 곤란한 볼들이 탁자 위 트리로 재탄생한다.

① 준비물은 장식용 볼과 글루건. 볼은 25개 정도면 충분하다.

② 글루건으로 볼을 서로 붙인다. 붙였다가 다시 떼면 볼의 칠이 벗겨질 수 있으니 글루건을 쓰기 전 투명 테이프를 이용해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 본 뒤에 하는 것도 좋다.

③ 피라미드를 쌓듯이 아래서부터 위로 쌓아 올려간다. 큰 볼 사이사이에 작은 볼들을 붙이면 예쁘다.

④ 맨 위에 취향에 따라 리본이나 별을 단다. 조명을 두르지 않아도 화려하기 때문에 낮 시간용 트리로 가장 적합하다.

■ 벽과 창문에, 반짝반짝 전구 트리

난이도 ★ 예산 약 2만원

트리의 마법은 조명에서 시작된다. 허접스러운 트리도 전구줄만 두르면 단번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방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 전구만 가지고도 트리를 만들 수 있다. 벽이나 창문에 트리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전선을 붙이면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초간단 트리가 완성된다. 전구 트리의 핵심은 반짝임이기 때문에 오래 켜둬도 발열 위험이 없는 LED 전구를 쓰는 것이 좋다. 일반 전구보다 가격은 50% 정도 비싸지만 더 밝고 색깔도 다양하다. 은은한 조명을 좋아한다면 일반 전구도 괜찮다.

①전구와 글루건, 리본 등을 준비한다.

② 벽에 글루건을 이용해 전선을 붙인다. 벽에 연필로 휘어지는 지점을 미리 표시해두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벽지 위에 하면 나중에 글루건을 제거할 때 찢어질 수 있으니 유리나 돌 위에 하는 게 좋다.

③ 트리 꼭대기와 중간마다 리본으로 장식을 한다.

■ 애물단치 처리하기, 스카치 트리

난이도 ★★ 예산 약 1만2,000원

트리에 딱히 유행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작년에 구매한 트리는 왜 이리도 초라해 보이는 걸까. 일주일 동안 감지 않은 머리처럼 뭉치고 떡진 트리는 올해도 우리를 마트로 향하게 만든다. 오래된 트리를 벽걸이 트리로 재활용했다.

구제불능 트리와 노끈, 전구, 볼 등을 준비한다.

② 니퍼로 가지를 똑똑 딴다. 안에 철사가 들어 있어 가지를 서로 엮어 원하는 대로 길이를 늘일 수 있다.

③ 가장 긴 가지를 아래로 해서 노끈으로 엮는다. 맨 윗 가지의 잎을 쥐어 잡아 노끈으로 칭칭 묶어 벽걸이를 만들고 전구와 장식을 건다.

■ 야성 충전, 진짜 나뭇가지 트리

난이도 ★★★ 예산 약 2만5,000원 (톱 가격 제외)

문방구 트리의 인공미로 인해 숨이 꽉 막힌다면 진짜 나무로 트리를 만들어보자. 뒷산이나 약수터에 널린 나뭇가지도 훌륭한 트리 재료가 된다. 나무 종류가 무엇이든 관계없지만 자작나무처럼 가지가 연한 것이면 더 좋다. 막 꺾은 나뭇가지는 안에 습기가 남아 있어 질기므로 베란다에 하루 이틀 말린 뒤 톱질하면 잘 썰린다.

① 나뭇가지, 톱, 철사, 노끈, 낚싯줄, 전구, 볼 등을 준비한다.

② 나뭇가지 3개를 방사형으로 겹쳐 철사로 고정한다. 같은 것을 2~3개 더 만들되 크기를 다양하게 한다.

③ 큰 것부터 아래로 놓고 노끈으로 연결한다.

④ 걸이용 트리의 최대 난코스는 수평 맞추기. 걸어 보아 수평이 유지되지 않으면 볼과 리본을 이용해 무게 중심을 잡아주면 된다. 걸 때는 천장에 피스못을 박고 낚싯줄로 연결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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