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을 국가정보원에 처음 제보한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의 전 조직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RO 총책이란 사실을 조직 가입 9년 만에 알았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또 RO 조직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6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제보자 이모씨는 RO에 가입한 경위와 조직의 특성, 지침 등을 상세히 진술했다. 이씨는 학생운동을 하던 1990년대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을 공부하다가 2003년 지인을 통해 RO를 접하고 '우리의 수(首)가 누구인가', '나의 주체성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각각 '김일성', '혁명가'라고 답하는 의식을 거쳐 2004년 12월 정식 가입했다.
이씨는 "RO 성원이 되려면 조직원 2명 이상의 추천과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나는 주체사상을 오래 공부해 약식 가입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체사상을 공부하는 학습모임과 이를 심화한 이념서클을 거쳐 정식 조직원이 된다"고 말했다.
RO는 점조직 형태인데다 보안을 워낙 중시해 조직원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어 조직원들이 세포모임을 위해 상급자인 지휘원을 처음 만날 때도 암구호를 주고받았으며 지휘원들은 '비폰'이라 불리는 대포폰을 사용한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가입 9년 만인 지난 5월 RO 총책이 누구인지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 세포모임에서 우리의 수(首)는 수령 한 명이고 이석기 의원은 남쪽 정치지도자 역할이라고 들어 대표임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이 곤지암청소년수련원 모임에서 '바람처럼 모이라'고 지시할 때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9년 10월쯤 자신이 집행유예 기간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중앙당사 점거 농성을 하라"며 충성도 테스트용 지시를 해 고민하던 중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RO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RO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모두 부정하고 그런 학습을 하고 있다"며 "RO 조직원들은 일반인과 다른 의식과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상식으로 조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RO가 북한과 관련됐고 이 의원이 RO의 총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반대심문에서 모든 의혹이 이씨의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요청에 따라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방청객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제보자가 녹음한 RO 모임 녹취파일의 진성성립(증거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입증하는 것) 확인을 위한 검찰 측의 이미징(복사) 작업 요청에 대해 "1~2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굳이 법정에서 할 이유가 없다"며 불허했다. 이미징 작업이 47개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와 법률적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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