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요즘 공무원노동조합의 '도의원 의정활동 평가 계획' 때문에 시끄럽다.
공무원노조가 의정활동을 '잘한' 도의원과 '못한' 도의원을 뽑아 발표하겠다고 하자 도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일 전남도청 직원들이 이용하는 행정내부전산망에 '2013 우수 전남도의원 선정계획서'를 띄웠다. 내달 2~20일까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 도의원(62명) 중 의정활동 우수와 미흡 도의원을 각각 3명씩 이내로 뽑아 27일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도의회가 내실 있는 의정활동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진정한 도민의 대표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배경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도의원들은 물론 도의회 사무처는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지방의원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청 안팎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에 의원 평가는 부적절하다", "도의원 인기 투표를 하는 거냐"는 등의 반응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노조의 '도의원 평가'계획은 도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노조는 그 동안 도의회의 대집행부 의정활동 과정에서 불거진 도의원들의 부적절한 관행과 잘못된 행태 등을 개선해 달라고 도의회에 수 차례 요구해왔다.
그러나 제9대 전남도의회 의정활동 마감이 다 되도록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가 결국 '의원 평가'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노조의 이런 움직임을 뒤늦게 감지한 도의회 사무처가 "의원 평가 계획을 중단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조 관계자는 "도의원들 불합리한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은 공무원이 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의원 평가를 통해 바라는 것은 도의원으로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정책 제안과 더불어 높은 도덕성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조는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도의원을 적어달라'는 식의 설문 내용까지 마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무원들이 도의원들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 "갑과 을이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노조는 이번 도의원 평가는 도정발전을 위해 도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노조위원장은 "사실 도의원 중에도 본받을 의원들이 많지만 투명하지 않은 의정활동을 하는 몇몇 의원들 때문에 도의회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이라며 "도의원들이 도민의 대표로서 도정발전을 위해 도정질의도 많이 하고 조례제정 등 입법활동도 활발히 하면 직원들이 피곤하겠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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