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 50주년(22일)을 이틀 앞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 묘역을 참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케네디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재클린의 묘지에 헌화, 묵념하고 케네디 가문 사람들과 인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오바마 그리고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함께 한 이날의 참배는 CNN 등 미국 방송에 의해 생중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 등 16명에게 자유훈장을 수여했는데 이 훈장 역시 케네디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50년 전 제정된 이 훈장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처음 받기로 했으나 수여 행사를 2주일 앞둔 1963년 11월 22일 리 하비 오스왈드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케네디 암살 50주기를 앞두고 미국 사회에 그를 기리는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묻힌 알링턴 국립묘지와, 50년 전 그가 피격된 텍사스주 댈러스의 거리는 추모인파로 붐비고 있다. 방송에서는 케네디 관련 특집 프로그램들이 연일 전파를 타고 있다. 14일부터는 영화 배우 톰 행크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10부작 'JFK의 암살'이 CNN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그의 암살을 소재로 한 '파크랜드'가 최근 개봉됐다. 관련 서적의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가 '케네디 반세기'를 썼고 뉴스 진행자 짐 레러는 '톱다운'이라는 소설을 냈다. 이들 서적 말고도 최근 한 두달 사이에 케네디를 소재로 한 책 수십 종이 발간됐다. 일부 서점은 케네디 서적과 관련 잡지를 모은 별도의 코너를 마련했다. 신문도 케네디 관련 기사와 칼럼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추모 열기에 대해 "케네디의 이상과 프론티어 정신이 암살로 인해 좌절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놓고는 여전히 음모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사건 직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수사국(FBI) 개입설 ▦중앙정보국(CIA) 배후설 ▦쿠바 개입설 ▦마피아 주모설 등이 나돌았는데 사람들은 지금껏 그 같은 음모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는 응답은 30%였지만 '배후가 있다'는 응답은 61%나 됐다. 1962년 케네디의 상원의원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존 케리 국무장관조차 "정부가 오스왈드의 행적과 범행 이유를 명확히 밝혀냈는지, 쿠바와 러시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없는지 의심이 간다"고 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말했을 정도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에 참여했던 리처드 모스크 캘리포니아 상소법원 판사는 오스왈드가 사건 이틀 후 경찰에 이송되던 중 잭 루비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범인이 또 다른 사람의 총에 맞아 숨지는 기이한 상황이 음모론의 확산을 부추겼다고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말했다. 모스크 판사는 또 "음모론자들은 오스왈드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과 모순되는 기억과 진술에 집착한다"며 "지금껏 나온 음모론에서 신뢰할만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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