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가정부로 취업한 인도네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노예' 취급을 당하며 일하는데도 양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가 20일 밝혔다.
국제앰네스티가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 97명을 인터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뷰 대상자의 3분의 1이 집 밖 외출이 허용되지 않았고, 신체폭력 및 성폭력에 시달리거나 돈은 적게 받으면서 하루 평균 17시간씩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의 한 부부는 인도네시아 출신 가정부에게 다리미로 화상을 입히고, 자전거 체인으로 때리는 등 수 차례 폭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수 주일 만에 풀려 나왔다. 홍콩에는 외국인 가정부 약 30만명이 일하는데 대부분이 동남아 출신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여성이 가장 많다.
이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온 한 여성(26)은 "주인집 부인이 일상적으로 날 괴롭혔으며 키우는 개 2마리가 나를 물도록 해 열 군데를 물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개가 토한 것을 먹으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나 거부했다"면서 "왜 이런 방식으로 날 괴롭히느냐고 묻자 주인집 여자는 '심심해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취업과 동시에 노예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고서는 "홍콩의 외국여성 가정부들은 법에 의해 고용주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고 현지 직업소개소와 고용주에 의해 철저히 통제 당하며 과도한 수수료에 시달린다"며 "계약이 종료되면 2주일 내에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인권 침해 사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 이주자조직기구'의 에만 빌라누에바 대변인은 "홍콩 정부는 외국인 가정부가 홍콩사회에서 배제되도록 내버려두고, 이주노동자는 일회용 상품과도 같다는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콩의 노동 및 이민 담당기관은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대해 "당장 뭐라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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