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과 주인의 후손이 동포애의 탁자 앞에 나란히 앉는 꿈이." 1963년 8월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 운집한 시민들에게 행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은 "저들에게 꿈을 심어달라"는 가스펠 가수의 말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킹 목사는 호소력 있는 메시지와 반복적인 문구, 리듬감 있는 어조로 청중들을 인종차별 철폐 대열에 서게 했다.
▲ 미국의 시민운동 지도자인 수전 앤서니는 1873년 여성의 신분으로 투표한 죄로 재판정에 섰다. "미합중국은 '우리' 국민이 세웠습니다. 백인 남성이나 남성 국민만이 아닙니다…. 이제 풀어야 할 마지막 의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자는 사람인가?" 그녀의 연설은 1919년 투표권을 여성에게 확대하는 헌법 수정조항 19조를 통과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조항은 '수전 앤서니 조항'이라 불린다.
▲ 위대한 연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영국이 히틀러의 공습으로 위기에 놓인 1940년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은 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것은 피와 땀, 눈물과 노력밖에 없습니다." 이 한마디가 의회와 국민의 마음을 얻었고 미국의 협력까지 이끌어냈다. 1964년 폭력혁명을 획책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재판에서 자기 변호를 펼쳤다. "저는 자유민주사회에 대한 이상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델라 석방 운동과 지지 성명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고 국제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행사가 19일 거행됐다. 불과 272단어의 짧은 연설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인시켰다. 22일 서거 50주년을 맞는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라는 취임사를 남긴 타고난 연설가였다. 정치지도자의 진실한 말과 강력한 비전은 총이나 칼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