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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2일] 시시콜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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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2일] 시시콜콜

입력
2013.11.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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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재보니 몸무게가 69㎏이었다. 어쩐지 섹시한(?) 몸무게 같긴 하지만, 70㎏을 목전에 두었다는 뜻이기도 해서 체중 관리를 권고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점심은 우유 한 잔과 쿠키 몇 개를 먹었다. 나는 몸무게가 67㎏이나 68㎏일 때 가장 몸이 편하다. 어쩌면 정신도 가장 맑을지 모른다. 맑은 정신일 때 쓰는 시와 글 역시 맑다. 맑은 정신으로 쓰는 시는 자신이 겨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면서 쐐기처럼 허구렁마저 단단히 채울 줄 안다. 나는 뚱뚱한 정치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뚱뚱한 시인에게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모든 시인은 예외 없이 하나하나가 빈한한 망명정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의 권위와 불화하며 자신을 신민으로 삼아 절대권력을 휘둘러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망명정부의 통치자는, 무릎에 얼음이 들어도 도피와 은신을 삶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안정과 편리의 유혹 같은 건 단칼에 할거해야 한다. 그런데 망명정부를 고독하게 끌고 가는 시인이 지금 우리 곁에 있나. 불행하게도 떠오르는 시인이 많지 않다. 시인들이 시인이 아닌 이들보다 더 결사적으로 삶의 외양적인 조건에 집착하는 걸 보면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씁쓸하다. 몸무게 얘기하다가 시시콜콜(詩詩 call call)한 얘길 다했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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