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배경 음악도, 감상적인 내레이션도 없는 덤덤한 구성이지만 어느새 객석엔 코를 훌쩍이는 관객이 하나 둘 늘어간다. 처음 만난 한국어를 못하는 음악 선생님에게 "이 사람, 무서워"라고 하거나 조금씩 정이 붙은 후 일정상 잠시 떨어져 있게 된 선생님과 화상 통화를 하며 "티처, 아이 러브 유"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서 굳이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마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과 다문화 가정 아동 24명이 처음 만나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가며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1년여에 걸쳐 4부작으로 방영된 TV 다큐멘터리를 극장판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상처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들이 음악을 접한 후 달라져 가는 모습과 지휘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에 대해 직면하게 된 리처드 용재 오닐의 심경 변화를 양대 축으로 삼는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이들은 대부분 악기를 접해 본 적이 없지만 악단 결성 1년 만에 단독 공연을 열 수준에 이를 만큼 음악에 몰두한다. 음악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는 허구의 이야기였다면 작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을 만큼 극적이다. 주변의 놀림 등 일상의 고통만을 늘어 놓던 아이들은 영화 말미의 인터뷰에서는 각자의 부모에게 "낳아줘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건넨다. 첫 공연 후에는 "이런 행복한 기분은 처음"이라며 울먹인다.
발달 장애를 가진 채 미국으로 입양된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자란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며 "선생님도 같은 상처가 있지만 괜찮다"고 손을 내민다. 그가 아이들에게 건넨 말은 곧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다. 영화는 그가 이 오케스트라의 지도를 맡은 이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모습도 담고 있다.
아이들과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야기는 85분의 러닝타임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악단 단원 20여명은 문화부의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지원을 받아 안산문화재단에 소속돼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오는 12월 지난해 연말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안녕?! 오케스트라'의 단독 공연도 지휘자로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다. 28일 개봉. 전체 관람 가.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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