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이 21일 공개 매각에서 유찰됐다. 공간그룹은 최저매각액 150억원을 제시했으나 응찰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매 유찰은 한국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건물을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사들여 박물관으로 활용하거나 등록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문화계의 여론과, 이를 받아들여 등록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한 문화재청의 최근 발표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간그룹은 이달 안에 매각액을 낮춰 재공매를 하는 한편 경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간그룹 관계자는 "원래 160억~170억원에 매수 의사를 밝힌 곳도 있었는데 여론이 과열되면서 움츠러든 것 같다"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면 바로 매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간그룹 회생 계획안에 따르면 연말까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강제경매를 요청할 수 있다.
공간 사옥 보존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수근문화재단은 22일 긴급회의를 열어 공매 유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사옥 보존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구체적인 방식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소셜펀딩 또는 내셔널 트러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인 공간 사옥은 김수근이 설계한 구사옥과 장세양이 증축한 유리 신사옥, 이상림이 증ㆍ개축한 ㄷ자 형태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재청은 이 중 구사옥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는 안을 내달 10일 문화재위원회 해당 분과 심의에 부칠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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